[CEO성공스토리] 재계가 인정하는 ‘아트경영인’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회장

시를 쓰고, 창을 배우고, 조각을 하는 기업인이 있다. 국내 최고의 제과전문그룹의 대표로서 과자 한 봉지에 덤으로 ‘아트’를 담아주기에 업계에선 그를 아트경영인으로 부른다. ‘국악한류’와 ‘조각의 시대’를 꿈꾸며 아트경영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윤영달(67)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윤 회장은 회사 전직원과 세계에 자랑할 한국 문화 부흥의 디딤돌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참으로 독특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6월의 오후, 양주시 장흥면 송추 유원지 인근 약 100만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송추아트밸리’(양주시 장흥면)에서 윤 회장을 만나 그 속내를 들어봤다. 그날도 윤 회장은 직무실이 아닌 ‘제87회 조각가의 날’을 맞아 국내 조각가들과 오붓한 월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또 하나의 문화콘텐츠…과자, 아트를 만나다

제과전문그룹인 크라운해태제과는 지난 2005년 제과업계 4위였던 크라운제과가 업계 2위였던 해태제과를 인수해 국내 식품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출범한 토종제과기업이다.

두 가족이 한지붕 아래 살게된 만큼 고민도 그 만큼 컸다. 윤 회장은 단순하게 허기를 달래거나, 입만 즐겁게 하는 과자를 생산해서는 치열한 기업경쟁에서 절대 살아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직원들 간의 팀웍과 하모니가 기업생존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입하게 된 것이 바로 윤영달식 ‘아트경영’이다.

“아트경영이 다소 낯설 수도 있지만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꿈과 행복을 제공하는 과자를 만들고 싶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분명한 건, 기업 경쟁력 제고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고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즘 과자를 입으로 먹는 시대는 갔다. 과자는 추억이 담긴 또 하나의 문화콘텐츠다.”

윤 회장의 말처럼 과자에 추억을 담고, 아트를 담은 제품은 대박을 쳤다. 대표적으로 비스킷 ‘아이비’의 경우, 밀가루 반죽을 숙성시킬 때 모차르트나 바흐 등의 음악을 들려주며 만들었고 과자 포장박스마다 명화엽서를 넣은 ‘오예스’는 회사 매출 1위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이처럼 ‘과자와 아트’와의 만남은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었다.

또 크라운해태제과의 모든 제품 속에 들어 있는 QR코드를 등록해 적립되는 포인트로 송추아트밸리에서 각종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아트블럭’도 과자가 곧 문화가 되는 아이템이다.

크라운해태제과 제품은 광고 한번 하지 않고도 윤 회장의 ‘AQ경영(Artistic Quotient ·예술가적 지수)’으로 과자시장에서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국악과 조각의 시대를 꿈꾸다

윤 회장의 아트경영은 국악과 조각 분야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음악하면 서양음악을 생각하는데 이는 맞지 않다. 국악을 한다고 하면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의 음악인 국악이 문간방 신세로 전락했다. 국악은 세계 속의 진정한 한류 문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또 과자나 조각이나 모두 3차원이라는 통하는 구석이 많다. 조각은 회화만큼 알아주지 않는 반면 만들기 어렵고 지원과 후원이 많지 않아 조각가를 후원하게 됐다.”

일방적인 금액 후원에 그치지 않고 윤 회장은 매주 월요일은 ‘조각가의 날’, 금요일은 ‘국악의 날’로 정해 조각가, 국악인들과 만나 소통하면서 끈끈한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다. 대단한 정성이다.

이와 함께 2007년 ‘즐겁고 행복한 음악예술’이란 의미로 락음국악단을 창단했는가 하면 지난 2004년부터는 매년 세종문화회관, 서울광장 등에서 창신제를 개최해 오고 있으며 정월대보름에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국악공연 ‘대보름 명인전’을 통해 전통 국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야말로 통큰 아트경영이다.

윤 회장은 국악과 조각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의 힘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각가들이 우리 전통 국악을 들으며 작품 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양주의 상전벽해, 송추아트밸리가 이끌다 

‘윤영달 회장’ 하면 송추아트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유흥지라는 인식이 강했던 송추 일대 모텔을 매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공간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곳이 바로 송추아트밸리다.

아트밸리는 윤 회장에게 있어 경영인으로서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우리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이로써의 뜨거운 열정이 담긴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송추아트밸리가 들어선 땅은 30여 년 전에 선친께서 매입한 것이다. 약 100만 평쯤 된다. 소수가 즐기는 골프장보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AQ지수’(Artistic Quotient ·예술가적 지수)를 높일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모텔을 개조해 만든 ‘우리가락배움터’는 락음국악단 연습공간이자 일반인들에게 국악의 우수성을 알리는 공간으로 변신했고 입주작가 아뜰리에인 ‘스튜디오 준과 피카소’에는 20여명의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 어떠한 인공적인 건축물도 만들지 않고 오로지 자연과 어울리는 문화공간으로 조성 중이다.”

윤 회장은 한마디로 양주시 송추 일대의 상전벽해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직접 목도한 산증인인 셈이다. 요즘 송추아트밸리로 인해 양주 관광지형이 바뀌도 상권이 살아난다고 하니 아트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현재 송추아트밸리에는 지난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갈 곳이 없는 피난민 30여명이 입주해 거주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지진 발생 후 1억원 어치의 과자를 현지에 위문품으로 보낸 데 이어 지진 피해주민들을 위해 모텔을 리모델링해 숙소로 제공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공기 좋고, 물 맑은 문화복합공간 송추아트밸리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출발을 도와주자는 윤 회장의 뜻이 담긴 것이다.

윤 회장의 아트는 문화예술에 대한 단순한 관심이나 취미가 아니라 기업 경영코드가 되고 삶의 일부가 되어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것이 바로 윤영달식 아트경영의 본질이다. 

지난해 ‘제20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수상한 윤 회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일곱번째 수상자로 큰 상이지만 허허 웃을 뿐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외국상을 처음 받은 거라 턱시도 입고 멋 좀 부려봤다.(하하) 앞으로 더 열심히 우리 문화예술에 애정을 쏟으라는 뜻으로 받았다. 부상으로 1만5천 유로를 받았는데 국내 대표 국악 명인들로 구성된 양주풍류악회에 전달했다.

국악계가 흥이 나야 우리 문화계가 흥이 나는 거 아니겠는가.”

본인이 상 받은 것보다 국악인들의 흥을 돋우는데 더 신이 난 윤 회장이다.

크라운제과가 부도를 맞고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던 윤 회장에게 힘이 되어 준 대금소리. 대금소리를 들으며 희망을 싹 틔워 제과업계 큰손이 된 윤 회장은 2012년 아트경영의 일인자로 거듭나 오늘도 국민들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다.

글_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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