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꺾어도 인천타워 사업 어림없어

SLC측 “151→102층으로 축소해도 어렵다” 더 축소 요구

경제청장 “무산 등 모든 가능성 놓고 협상”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이 사업성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인천타워(151층 쌍둥이 빌딩) 건립사업을 최악의 경우 포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인천시와 IFEZ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0월부터 인천타워 건립을 맡고 있는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와 151층 인천타워를 102층 이하로 축소하고 송도 6·8공구 개발 규모를 줄이는 토지공급 변경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인천타워 건립비를 마련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받아내기 어렵게 되자 인천타워 규모를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IFEZ가 SLC와 2년 가량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기는 더욱 침체됐고 SLC가 인천타워를 102층보다 더 축소할 것을 요구하면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IFEZ는 인천타워 규모를 계획했던 102층 보다 훨씬 축소하거나 상황에 따라 건립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IFEZ가 SLC에 끌려다니는 이유는 당초 사업계획을 하면서 SLC측과 불공정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IFEZ는 지난 2009년 7월 미국 포트말홀딩스와 삼성물산, 현대건설, SYM이 참여하는 SLC와 18조8천여억원을 투입, 송도 6·8공구내 151층 인천타워와 인근 지역을 개발하는 송도랜드마크시티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송도 6·8공구 227만7천㎡를 개발할 수 있도록 토지공급우선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협약 안에 경제상황에 따라 사업규모를 축소할 수 있고 IFEZ는 이를 반영하도록 하는 조항이 여러번 명시하고 있다. IFEZ는 사업규모가 줄어든 만큼 토지공급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권한밖에 없다.

결국 SLC 측은 경기여건이 안좋으면 부담없이 계획을 수정할 수 있지만 IFEZ는 이를 제제하거나 반드시 151층을 짓도록 요구할 명분이 없어져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IFEZ 안팎에서는 ‘노예계약’과 같다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불리한 협약이다.

이와 관련 이종철 IFEZ 청장은 “사업자가 102층도 못짓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 151층 건립부터 무산까지 모든 가능성을 놓고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협약을 교정하는 과정이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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