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ㆍ노예보다 힘든 이주노동자 구직활동

고용노동부 내달부터 ‘브로커 개입 차단’ 구인업체 명단 제공 안해

근로자들 직접 직업선택 못해… 시민단체 “인권침해만 가중” 반발

“재취업 기간 3개월 안에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앞으로 회사를 선택할 수도 없고 구인업체에서 전화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강제출국 당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2년 전 캄보디아에서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시흥의 한 도금공장에서 일을 하다 임금체불 문제로 지난달 초 일을 그만둔 이핫씨(25)는 요즘 구직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칠 정도다.

고용노동부가 다음달부터 외국인근로자에 제공하던 구인업체 명단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는 직접 일자리를 찾아 다닐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4일 ‘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의 대책안은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변경에 브로커 개입 가능성이 높아 이를 막기 위해 외국인근로자에게 제공하던 구인업체 명단을 오는 8월1일부터 중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대가성 여부는 상관없이 고용부 고용센터 이외에서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근로자의 채용에 개입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했을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근로자는 앞으로 사업장변경시 구인업체 등록현황을 받을 수 없으며 대신 구인사업체에게 구직 중인 외국인근로자 리스트를 제공, 사실상 외국인근로자는 직업을 직접 선택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고용노동부의 방침이 외국인근로자들의 직업선택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근로자 고용등의 관한 법률’에 규정된 사업장변경 내용을 실제로 무력화하고 폐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들이 장기계약과 사업장변경 3회 제한 등에 따른 강제노동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방침으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방침은 언어문제로 인해 소통과 이해가 어려운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변경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며 “17일 낮 12시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18일에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근로자들의 구직에 브로커 개입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승재기자 ys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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