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보사태, 국내 금융시장까지 시끌

국제적으로는 리보사태, 국내에서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조작혐의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어수선한 상태다.

특히 영국에서 시작된 리보 사태가 정관계를 아우르는 스캔들로 확산되면서 미국과 독일 등 관련국 역시 자국 은행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실시했고 한국 금융시장 역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 조사에 전격 착수한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리보금리 조작 사태, 한국은 안전한가’보고서를 통해 리보 사태를 해부하고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란 런던 금융시장에 있는 글로벌 대형 은행이 서로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로 현재 미국 달러, 유로, 파운드, 엔 등 10개 국제통화에 대해 하루부터 12개월까지 15개 만기에 대한 금리가 발표된다.

리보금리는 지난 26년간 국제 금융시장에 자금 대차 거래 및 파생금융상품 거래 출발점 역할을 해오며 런던 금융시장 내 은행간 단기자금 대차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를 넘어 전 세계 금융상품의 기준 지표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리보금리가 조작되었다는 것은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추산 350조 달러로 추정되는 리보금리 연동 대출 및 금융상품의 거래가 왜곡된 가격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전 세계 국가 총생산(GDP) 규모가 80조 달러에 못 미쳤음을 감안하면 전 세계 경제 규모의 4배가 넘는 규모의 금융거래가 리보금리 조작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으로 앞으로 리보금리 조작에 가담한 대형은행에 대한 소송전이 시작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문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조작 사실이 확인된 은행은 바클레이스가 유일한 상태로 영국금융청은 조사 결과 발표에서 리보금리 조작에 7개 은행이 연루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지표금리는 어떻고 리보금리 조작과 관련된 문제점으로부터는 안전성은 어떨까.

한국의 경우 리보금리와 같이 다양한 만기에 적용되는 단일한 대표 지표금리 대신 만기별로 각각 다른 금리가 지표금리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콜금리, CD금리, 코리보금리, 국고채금리 또는 우량회사채금리가 대표적으로 적용되는 금리인데 문제는 콜금리를 제외한 지표금리의 경우 금리 산정 구조에서 리보금리의 구조적 문제점과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는 점이다.

CD(Certificate of Deposit, 양도성예금증서)금리의 경우 시중은행의 주요 단기자금 조달 금리이자 가계 및 기업 대출 주요 기준금리이면서 시중은행의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문제는 CD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이 7개에 불과하면서 일부 은행이 CD를 높거나 낮은 금리로 발행하면 CD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CD금리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직전인 이달 11일까지 줄곧 연 3.54~3.55%에 머무르면서 같은 기간 통화안정증권 91일물이 연 3.51%에서 3.25%로 떨어진 것과 대조를 이뤄 금리조작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7일부터 대신증권, KB투자증권 등 10개 증권사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CD 금리 조작이 확인되면 은행 대출자들이 실세금리 인하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물어온 셈이 되면서 196조원 상당의 은행권 가계대출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특히 증권사는 수수료를 받고 은행이 발행한 CD를 유통하는 역할만 하면서 공정위가 최종적으로 조사하고자 하는 곳은 CD 발행처인 시중은행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리보금리 조작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단기 지표금리 변화 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위한 신뢰성 있고 효율적인 단기 지표금리 개발 및 선정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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