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단상] 소통, 먼저 마음을 읽자

몇 년 전 정류장에서 버스 한 대를 놓치고 바로 다음 버스를 타게 되었다. 평소 배차간격이 5∼6분이니 그날은 운이 좋은 셈이다. 두 정거장을 지났을까 40대쯤 보이는 남자 승객이 씩씩거리며 버스에 올랐다. 앞차가 손짓을 했음에도 그냥 지나갔다며 내가 타고 있는 운전기사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운전기사는 그 승객에게 상황 설명을 했다. “선생님, 버스는 정확한 시간에 차고지에서 나오지만 도로사정에 따라 몰려다닐 때도 있어 뒤차가 가까이 왔을 때는 세우지 않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를 비롯한 다른 승객에게는 수긍이 가는 설명이었으나 그 승객은 더욱 화를 내면서 그러면 정류장 무단통과가 옳다는 말이냐며 버스에 비치된 ‘친절/불친절 카드’를 꺼내들었다.

결국 그 운전기사는 거듭 사과를 하며 승객을 달래려고 진땀을 뺐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운전기사가 그 승객의 마음을 읽었다면 훨씬 일이 쉽게 수습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시민에게 관공서의 얼굴은 민원창구다. 가끔 시민들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공무원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는 말을 한다.

필요한 서류는 즉시 발급 받았지만 직원의 표정과 말투 때문에 기분 나쁜 감정이 며칠이나 갔다고 한다.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을까? 그 직원이 민원인의 마음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여자는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남자는 문제를 해결에 중점을 두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가 대화하다 보면 싸움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행정도 감성시대다. 신속한 행정서비스는 기본이고 시민들의 마음까지 읽어야 한다. 먼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눈높이를 맞추고 표정을 살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성남시는 지난 3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주관한 민선 5기 기초단체장 공약완료 및 주민소통분야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A 등급을 받았다. 공약 완료 비율과 공약 이행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하는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공약이행을 위해서 내부지침을 마련하고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매니페스토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매년 자체적으로 정기적인 공약 추진 성과를 점검해 온 것이 공약 완료 분야의 결실로 나타났다.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시민 이 참여하는 원탁회의, 시민편의 도모와 예산절감을 위한 창의정책 공모전, 시민의 참여를 제도화한 시정모니터, 매주 수요일 운영되는 명예시장제 뿐만 아니라 여건이 허락 되는 한 도보로 출근하면서 시민들과 대화하며 시민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시민과 함께하는 친근한 청사, 문화와 만남이 공존하는 시민중심의 열린 청사를 만들기 위해 북카페, 체력단련실, 각종 회의실을 연중 개방하는 것도 시민과의 소통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백성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라는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은 오래된 속담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있는 진리다.

나는 시민 주권이 살아있는 지방자치와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고, 집행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쉼 없이 뛰어 왔다.

지난 시간을 사계절로 본다면 겨울과 봄, 정리하고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남은 시간은 여름과 가을, 주민자치가 성장하고 튼실한 열매를 맺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옷매무새를 살펴보기 위해 거울을 보는 것처럼, 시정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시민의 행복을 위해 제대로 달리고 있는지 ‘시민의 마음이라는 거울’을 살피는 모든 공직자가 되기를 바란다.

이 재 명 성남시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