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들이 집 이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시설이 열악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부 학교의 학생들은 공중화장실 수준에도 못 미치는 더럽고 불편한 학교화장실 때문에 하교할 때까지 용변을 참았다가 집에 가서 볼일을 보는 지경이고, 학교 운동장 길이가 100m도 안돼 기록을 잴 때 50m를 뛴 다음 곱하기 2를 하는 곳, 빗물이 새는 곳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급식을 위한 식당을 갖추지 못해 교실 복도에서 뜨거운 국물을 식판에 배식 받고 교실로 들고 가 식사하고, 남녀공학에서 체육복 갈아입을 곳이 없어 화장실에 가야 하는 게 우리나라 학교의 현실이다.
학교시설이 열악한 근본적인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지금까지 16개 시·도교육청 세출예산의 70~80%가 인건비·경상비 같은 고정비로 쓰이다 보니 학교시설 개선에 돈을 쓰는 데는 인색할 수밖에 없다. 올해 7월 현재 16개 시·도교육청이 학교시설 개선을 위해 편성한 예산(교육환경개선사업비)은 1조4천851억원이다. 이를 전국의 초·중·고교 숫자(1만1천317개교)로 나누면 학교당 1억3천100만원 정도로 화장실 1동을 전면보수 하기에도 모자란 돈이다. 이로 인해 개선 상황이 경미한 학교시설은 예산배정 우선순위에 밀려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은 학교시설 개선에 대해 관심이 높다.
영국의 경우 학교시설사업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방법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세계 수준의 선진교육 환경을 실현하기 위하여 ‘미래를 위한 학교건립사업(Building Schools for the Future)’을 실시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학교건립사업은 21세기형 학습 공간의 제공을 위한 사업으로 학생과 교사의 교육 활동을 촉진시키고 학생의 학습동기 부여를 위한 학교건축의 계획과 관리방식의 개선을 목표로 정부기관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의 학교시설 정책은 지역과 사회를 요구를 반영하여 안전성 확보와 질 높은 교육환경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학습 시설 구축을 위한 학교시설지침 정비, 지역 거점으로서의 학교시설 내실화, 옥외 교육시설의 확충과 쾌적하고 풍요로운 학습시설 조성,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학교시설의 안전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학교시설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는 한정된 교육환경개선사업비의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 지원 대상 선정 시 학부모 단체 등 외부인사가 참여하여 불요불급한 사업비 지원 억제, 학교 시설물 유지관리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현재 사후적 보수에서 시설 부위별 내용연수를 기준으로 한 사전적 예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교육환경개선사업비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장이 집행하던 소규모 보수공사를 교육청 단위에서 직접 집행하고, 효율적인 시설공사의 집행을 하기 위하여 시설분야 공무원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시·도교육청에서 교육시설환경개선사업 예산 편성부터 화장실 보수, 노후 급식시설 개선 등 학교시설 개선에 소요되는 예산을 우선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지방교육재정 편성과 집행의 건전성 분석·평가를 실시하여 시·도의회 및 지역주민에게 공개하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해 교육환경개선 사업비의 효율적 집행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학교시설 개선을 통한 학업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는 막대하게 소요되는 교육환경개선사업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다.
김 태 원 국회의원(새·고양 덕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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