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남자]이샛별의 ‘서커스오서커스’

매미 울음이 절정을 치닫는다. 아침저녁의 날씨가 사뭇 쌀쌀하다. 미루나무 한 그루 없는 도시에서 저것들의 외침은 사필생(死必生)이다. 죽어야 사는 삶의 지속을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매미의 일생은 어쩌면 짧은 삶의 환희보다는 ‘지속’을 희망하는 삶의 찬가에 있을지 모른다.

런던올림픽이 끝났다. 어느 것 하나 드라마 아닌 것이 없었다. 그들의 삶은 승리를 향해 있었으나 정상에 오르지 못한 그 길 또한 아름다웠다. 활짝 핀 꽃의 아름다움에 비할까 마는 피지 못한 꽃망울의 순정이 예쁘고 지는 꽃의 향기도 진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작 4개월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올림픽에 가렸던 대선 국면이 수면 위를 달구게 될 것이다. 그들도 사필생의 각오로 절정을 향해 내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들은 누구를 위해 달려가는 것일까? 대선은 무엇의 지속일까?

이샛별의 ‘서커스오서커스’는 대선 질주가 권력을 향한 욕망의 지속이라고 꼬집는다. 런던올림픽의 몇몇 순간들이 페어플레이를 무색케 하는 오심의 연속이었듯이 대선 질주도 대부분 험담과 비방, 욕설, 비난, 음모로 가득 차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작가는 한국 현대사를 반추하며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을 화면 속으로 불러들였다. 그런 다음 그들을 어릿광대의 옷을 입혀 서커스를 하게 했다. 얼굴에 핏발세우며 혈기 왕성한 모습으로 곡예를 펼치는 저 인물들은 ‘지속’을 꿈꿨던 이 땅의 권력자들이다. 그들 뒤로 녹색의 얼굴을 한 여성들은 그런 욕망의 지속에 저항했던 인물들이다.

푸른 숲에 곡예사를 배치하고 그 위에 꽃을 뿌려 마감한 이 작품의 핵심은 사실 꽃에 있다. 그 꽃은 인공의 꽃이다. 작가는 “인간의 본질과 함께 부서지고, 짓이겨지고, 망가지고, 죽어버린 보조자연이고,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현 사회구조에 대한 은유물”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인공의 꽃은 대선 주자들의 화려한 공약 수식어에 다름 아니다. 그 꽃의 낯선 향기에 취해서 판단을 흐리면 권력의 지속에 놀아나게 된다. 참 사람의 희망세상을 꿈꾸는, 그런 희망세상의 지속을 실천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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