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호화판 삼성 법조팀, 이렇게 참패할 수가 있나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패했다.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25일 삼성전자에 대해 애플 측 피해액 10억4천934만달러(한화 약 1조1천91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 배상액은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통신 부문에서 얻은 영업이익의 24%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패소의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세계 도처에서 진행 중인 이른바 ‘삼성-애플 소송전쟁’에서 삼성이 주도적 위치를 잃게 됐음을 의미한다. 당장 다음 주(31일)로 예정된 일본 법정의 판결이 걱정이다.

우리가 의아해 하는 것은 이번에 바닥을 드러낸 삼성 법조팀의 능력이다. 삼성 법조팀의 명성과 위력은 정평이 있다. 직접 고용된 전직 검사출신의 법조인만도 10여명이 넘는다. 여기에 법관 출신의 변호사와 학계 저명인사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모두 수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파워 그룹이다. 지난 2007년 삼성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도 법조팀장 출신이다. 그가 검사 퇴직 이후 법조팀장까지 맡으면서 7년간 삼성에서 받은 수입액만 102억원이다. 당시에도 ‘법조 왕국’ 삼성의 쟁쟁한 인맥과 엄청난 처우가 세상을 놀라게 했었다.

이런 삼성전자가 완패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청구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위안 삼을 게 아니다. 징벌적 청구는 어차피 특허권의 본질을 벗어난 예비적 청구에 불과하다. 본안에 대해서는 모두 진 것이다. 기본적으로 특허 소송은 판단의 폭이 상당히 넓은 재판에 속한다. 법정에서의 논쟁과 증거 제시에 의해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재판 하루 전인 24일, 한국의 서울중앙지법에서 있었던 비슷한 특허 소송에서 삼성이 승소했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런 소송에서 당한 일방적 패소다.

그래서 걱정이다. 삼성의 패소는 단지 삼성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주가 총액의 20%를 자치하는 삼성그룹이다. 그 삼성의 주력 기업이 삼성전자다. 이런 삼성이 최고라며 자랑하던 법조팀이 국제법정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삼성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불안해 하는 이유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삼성은 지금 1조2천억원의 배상금을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법조팀의 능력과 구성이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는지 근본부터 뜯어봐야 한다. 화려하다고 자화자찬하던 법조팀이 혹시 국내 정치적 안배만을 고려해 구성된 해결사용은 아니었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그것이 제2, 제3의 애플전 패소를 막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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