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지정하고 독서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올해가 ‘독서의 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 올림픽과 같은 굵직한 국제 행사에다 총ㆍ대선 등 선거까지 겹쳐 ‘독서의 해’가 조용히 묻힐 위기다. 이런 분위기속에서도 경기도의 소도시 군포에서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인구 29만 명, 면적 36.36㎢로 전국 165개 도시 중에서 세 번째로 작은 도시. 서울의 위성도시로 유명한 전통문화도 없고, 특산물도 없는 도시가 바로 군포였다. 민선 주민자치가 시작돼 지역마다 정체성 확립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자, 군포는 책을 도시 브랜드로 만들기로 했다. 탄탄한 독서 인프라는 군포만의 강점이었기 때문이다.
도시규모가 작아 아파트와 40여개의 학교, 공공도서관 5곳, 30여개의 작은 도서관이 밀집돼 있는 군포는 ‘책의 도시’로 키우기에 손색이 없었다.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률은 도내 1위, 도서대출률 2위를 기록하는 등 독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매우 높다.
이에 시는 2010년부터 ‘책 읽는 군포팀’을 꾸려 다양한 사업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우선 손만 뻗으면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군포시내에는 이미 5개의 공공도서관이 잘 갖춰져 있지만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부곡도서관이 공사 중이다. 공공도서관뿐만 아니라 작은 도서관이 30곳, 미니문고 26곳, 북카페 3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시청사 1층은 전체를 리모델링해 북카페 ‘밥상머리’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8천여권의 장서가 갖춰져 있고 공공도서관과 대출시스템을 통합해 대출과 반납도 가능하다. 현재 36여명의 자원 활동가들이 운영을 맡고 있다.
군포시가 ‘책의 도시’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방희범 정책비전실장은 “독서 정책이 도서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독서정책을 도서관의 업무 중 하나로 치부해왔다. 그런데 시는 독서 정책을 도서관 사서가 아니라 시 전체 직원들의 일로 만들었다. 모든 공직자들이 부서별로 책에 관련된 시책을 발굴하거나 추진 중인 사업에 책을 접목시키기 위해 고민해야 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76건, 올해에는 116건을 발굴해 추진 중이다.
시는 전국에서 최초로 독서 정책을 전담하는 팀도 만들었다. ‘책 읽는 군포’라는 이름의 전담팀이 매월 작가, 예술가 등 저명인사를 초청해 ‘밥이 되는 인문학’ 이라는 제목으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시골의사 박경철, 도종환 시인, 성석제 소설가, 김정운 교수 등 9명이 참여했으며, 올해에도 안도현 시인, 김창옥 교수 등이 함께하면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강연자로 나선 ‘밥이 되는 인문학’ 강의에는 1천500여명의 군포시민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밖에도 거실의 TV를 없애고 서재로 바꿔 책을 읽고 토론하자는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 북 페스티벌, 도서나눔전 등 다양한 사업들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전담팀은 성과를 내기 위해 눈에 띄는 단발성 이벤트를 벌이는 것을 지양한다. 독서는 습관이고 생활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독서 생활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도 언제나 지속성을 염두에 둔다.
시가 ‘책 읽는 도시’를 본격적으로 표방한 지 만 2년이 채 되지 않아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군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기 시작했다.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성과들을 내고 있지만,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는게 시의 판단이다.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내실을 기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열심히 책을 있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바로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방희범 정책비전실장은 “지난 2년간 전 직원들이 책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했고 괄목할 성과를 내기도 했다”며 “그동안 ‘책 읽는군포’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하드웨어 구축에 만전을 기해왔지만 책 읽는 군포의 성패는 이제부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시는 향후 대야미 지역에 작가창작촌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을 위한 독서활동 지원을 위해 다문화도서, 어르신 큰 글씨도서, 점자책, 오디오북 등은 비용이 많이 들고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게 시의 입장이다.
군포=김성훈기자 magsai@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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