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중 수교 20주년이 됐다. 지난 20년 동안 양국 협력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무역이다. 1992년 한국의 전체 무역에서 대중국 비중은 4%였다. 2011년에는 비중이 20%를 돌파했다. 또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연간 2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관광객 1인당 구매액도 일본 관광객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한숨을 짓는 이들이 있다. 바로 중국에 투자한 우리 중소기업들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 중소기업은 102억 달러를 투자해 9천292개 법인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투자환경이 크게 악화했다. 인건비 상승이 매년 20%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가공무역으로 수출하면 주어지던 각종 혜택이 축소됐다. 생산이 어려워진 우리 중소기업의 ‘야반도주’도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2년 전 이들 중소기업에 대한 국내복귀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사회분위기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들이 중국으로 떠나면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인건비가 빠르게 인상된다 해도, 한국의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국내복귀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도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일자리 창출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그러나 2년 전에 비해 상황이 달라졌다. 가장 대표적으로 달라진 환경은 FTA다. 가령 중국에서 쥬얼리를 만들어 EU로 수출한다면 관세율은 11% 수준이다. 대신 한국에서 만들어 EU로 수출하면 관세가 없다. 한·EU FTA로 인한 관세철폐 때문이다. 또한, ‘Made in China’보다는 ‘Made in Korea’가 가지는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면, 중국에 비해 높은 한국의 인건비도 어느 정도는 소화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이다. 각종 세제지원을 확대하면서 국내복귀를 강하게 유인하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또한, 입주 기업을 유치하지 못해 어려움이 큰 지방 산업단지에도 가뭄 속의 단비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저부가가치 제품 생산기업의 복귀는 경제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저부가가치 제품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체제 이원화가 필요하다. 저부가가치 제품은 중국의 생산여건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한국의 생산여건이 더 어렵다. 따라서 저부가가치는 중국, 고부가가치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체제가 적합하다.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원부자재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한국에서 부가가치를 덧붙여 최종재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한·중 FTA는 양국 간 원부자재 교역에 드는 비용을 낮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고부가가치화 통한 경쟁력 확보 필수
둘째, 국내복귀 기업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돕는 지원이 절실하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필요한 R&D는 개별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복귀기업들의 고부가가치화를 높이기 위한 공동 R&D 지원이 필수적이다. R&D 센터를 통해 디자인, 생산성 향상, 브랜드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은 없어져도 산업은 없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1950년대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이었던 가발을 생각하면 된다. 산업화 과정에서 가발산업은 사양산업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21세기에도 가발산업은 여전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한국을 떠났던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한다 해서 이들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노동력에 기반을 둔 경공업이라 할지라도 부가가치를 더한다면 얼마든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에 진출한 경공업 중소기업은 3천789개이며, 투자규모는 28억 달러이다. 이들 기업을 활용할 수 있다면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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