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사실상 포기 상태에 빠진 167개
재개발·재건축 사업구역에 대해 선택과 집중으로 출구전략을 세우겠다고 공표했지만 뚜렷한 출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내 대다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3~5년이 넘게 지연되면서 사업중단이나 조합해산을 고려하는 정비구역이 늘고 있지만, 최대 100억원에 이르는 매몰비용(조합비와 사업 추진비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구역 주민이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로 나뉘어 매몰비용 등을 둘러싼 마찰이 불거지고 수년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데 따른 경제적 고통이 커지는 등 사회적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본보는 3회에 걸쳐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인천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대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 주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인천지역 대부분의 재개발·재건축 구역 사업이 중단되거나 표류하자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이 주축이 돼 조합을 해산하고 사업을 중단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내 167개 정비구역 대부분이 조합 해산 동의서를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이다. 올해 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돼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가 있으면 사업을 중단할 수 있게 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조합 해산 동의서를 걷는 곳이 늘어났다.
남동구 A 구역도 공동대책위원회가 앞장서 이달부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합 해산 동의서를 걷기 시작했다. 920여 세대가 있는 A 구역에서는 100여 세대가 해산 동의서에 서명했다.
지역 167개 정비구역 대부분 조합해산 움직임
‘최대 100억’ 매몰비용 조합-비대위 갈등 고조
인근 B 구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1천600여 세대인 B 구역에서는 500여 세대가 조합 해산에 동의했다. S 건설이 참여하는 B 구역은 조합 측이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조합원을 상대로 분양신청까지 진행했지만, 분양가가 3.3㎡당 최소 1천만원을 웃돌고 재개발 아파트 입주 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수천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또 다른 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가 조합 해산 서명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인천지역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조합을 해산하려는 곳이 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몰비용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입찰보증금 명목으로 수억원에서 최대 100억원을 미리 받아 그동안 설계비, 각종 용역비, 총회 등 조합 운영비 등으로 써왔다. 조합을 해산하고 사업을 중단하려면 이 비용을 모두 시공사에 돌려줘야 한다. 인천지역 전체를 놓고 보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A 구역도 지금까지 조합에서 쓴 비용이 40억~65억원 상당에 이르고, B 구역은 매몰비용이 최소 80억~9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주민들은 당장 주머니를 털어 수십억원의 매몰비용을 부담해야 하다 보니 해산에는 동의하더라도 비용분담에는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A 구역 공동대책위원장 C씨는 “다들 작은 집 한 칸 마련하고 사는 서민이다 보니 나중에 수천만원의 분담금을 내고 아파트를 얻을 것이냐, 지금 수백만원의 매몰비용을 대고 중단할 것이냐를 놓고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주민들도 재개발 사업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몰비용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자치단체에 도움의 손길을 뻗는 경우도 있지만, 관련법상 조합 해산 비용을 지원해 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上. 진퇴양난 재개발·재건축
中. 새집 대신 매몰비용 폭탄
下. 매몰비용 해결이 핵심
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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