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은 국토는 작지만 다양한 관광자원을 갖춘 나라다. 5천년 중국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고궁박물관, 세계 최고 높이의 타이베이 101빌딩, 수질 좋은 온천과 아늑한 골프코스, 맛있는 음식과 신명난 축제 등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다. 한국의 경상도 크기만한 타이완에는 약 2천3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서울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30분 걸린다. 지금까지 취재차 타이완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국토는 작지만 참으로 볼만한 것이 많은 나라라고 느꼈다.
신명난 축제도 즐기고, 뜨끈한 온천에 풍덩 … 색다른 여행
르위에탄…대만에서 가장 큰 천연호수
르위에탄은 호수 북쪽이 달을, 남쪽이 해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일월담(日月潭)’이라 불리는 큰 호수다. 야트막한 산 중턱에 자리하는데 둘레가 24km, 총면적은 7.73평방km 정도다. 이 호수의 매력은 명경지수와 같은 맑고 투명한 물과 시간, 장소, 일기에 따라서 물빛이 수시로 바뀌는 점이다.
르위에탄 수영대회는 해마다 9월 24~26일 열린다. 원래 르위에탄에선 일년 내내 수영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추석 직전 열리는 수영카니발 때는 예외로 무려 1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몰려와 수영을 즐긴다. 수영을 잘 못해도 참가할 수 있는 이유는 물 위에 뜨는 부력기를 몸에 달고 천천히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 의료진과 안전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다.
해마다 르위에탄 국제수영대회에는 타이완 사람은 물론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온 중국계 화교들, 그리고 일본, 인도, 호주, 미국 같은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 참가한다.
이른 아침 호수로 가는 도로에는 수영대회에 참가하려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여자들도 적지 않은데 타이완 여성들의 우먼파워를 느끼게 한다. 위에서 쏟아지는 물로 몸을 적신 후 형형색색의 수영복을 입은 1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호수로 뛰어드는 모습은 장관이다.
수영하러 뛰어든 참가자들은 정해진 코스의 목적지로 향한다. 가는 도중 지쳐서 그만 하려는 사람은 안전요원에게 부탁하면 곧 구조되어 편하게 쉴 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목표지점까지 가려고 온갖 힘을 다한다. 1등을 하려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려고 속도를 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중국인의 만만디 습성대로 느긋하게 앞으로 향한다.
1만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차례대로 수영하는 모습은 지구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르위에탄만의 진풍경이다. 축제의 백미인 이런 모습이 벌어질 때 거대한 강과 같은 르위에탄 호수는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변모한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오후 4시 정도까지 진행되는데 목적지까지 도착한 참가자에게는 상품과 점심 식사가 제공된다.
밤에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진다.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온 팀들이 불꽃놀이를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을 밤하늘에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호숫가에 몰려나와 황홀한 불꽃놀이와 레이저 쇼를 감상한다.
등불축제…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향해 수천 개의 등불 장관
타이완에서는 원소절(음력 1월 15일)이 되면 사람들은 새알 크기의 찹쌀가루로 만든 경단(원소)을 넣은 탕을 만들어 먹는다. 이러한 원소절을 전후해 타이완 곳곳에서 열리는 등불 축제 중 화려하게 개최되는 곳은 타이베이의 중정기념당, 핑시의 천등제, 카오슝의 애하에서 벌어지는 등불 축제이다.
축제의 백미는 핑시의 천등제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향해 수천 개의 등불이 올라가는 모습이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 한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형형색색의 등불을 만들어 불을 밝혀 들고 다녔는데, 지금까지 이 풍습이 전해 내려와 타이완 전국에서 등불을 전시하는 범국민적인 행사로 자리 잡게 됐다.
타이완의 수도인 타이베이의 중정기념당과 부근에서 벌어지는 등불 축제는 볼거리가 많다. 전시되는 등불의 모양은 다채롭고 중국의 전설이나 역사적인 인물에서부터 현대 만화 캐릭터까지 다양한 형상이 등장한다.
축제기간 벌어지는 행사로는 사자춤이나 용춤 그리고 민속예술공연 등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축제의 백미는 밤에 휘황찬란하게 전시된 등불을 관람하는 일이다. 이때에는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중정기념관과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타이완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등불 축제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타이베이현 핑시(平溪)의 ‘천등제’이다. 핑시는 천등(天燈)의 고향이자 원산지다. 이곳은 지세가 비교적 높고 빛이 적어 천등을 띄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향해 수천 개의 등불이 올라가는 모습은 지구촌 어디에서든 볼 수 없는 이곳만의 진풍경으로 핑시에선 천등제가 100여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천등제 때 핑시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천등을 하늘로 띄어 올리며 복을 빈다. 사업의 번창과 이상형의 연인과의 만남, 시험합격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안위 등 각자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정성껏 만든 천등을 하늘로 띄어 올린다. 이러한 축제 현장의 환호성은 밤 늦게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글·사진 _ 여행 칼럼니스트 허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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