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초대석] 조건호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기부는 연말연초 이벤트가 아닙니다”

“사회지도층의 기부는 당연한 의무입니다. 기부는 연말연초 이벤트가 아닙니다. 연중무휴 늘 기부하는 문화로 바꿔야 합니다. 이젠 시민 한 명 한 명, 우리 모두가 기부의 마음을 갖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때입니다. 인천 사랑의 열매가 그 역할을 하겠습니다.”

내무부(행정안전부) 공무원으로 시작해 지난 45년간 인천시와 경기도, 안산·평택·송탄·부천시장을 거쳐 민선 옹진군수를 3차례 지낸 조건호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77). 인천모금회가 비리 등에 휩싸여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위기에 처했던 지난해 4월에 취임했지만, 1년4개월여 동안 사회지도층의 고액기부자를 10여명 발굴해 내더니 이젠 시민들의 가슴 속에 기부정신을 전하려 고군분투 중이다.

지역 내 10개 군·구를 돌며 공무원들과 일선 행정 현장에 있는 동·통·이장 등을 만나며 기부문화 확산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르게 바쁜 조건호 회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조 회장은 “성금 모금 목표액을 달성하는 게 인천모금회가 존재하는 목적이 아니다.

모든 시민이, 우리 사회 전반에 나눔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게 우리의 목표다”며 “비록 회장직이 무보수·비상근으로 명예직에 불과하지만, 인천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모금회,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탄생’

지난 2010년 공동모금회에서 불거진 비리로 인천 지역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리더십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조 회장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인천모금회장에 임명됐다.

조 회장이 취임 직후 인천 모금회가 시민들에게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첫번째로 바꾼 것이 바로 사무실이었다.

당시 인천모금회는 보증금 5억6천만원에, 매달 관리비로 600만원씩 내며 시티은행 건물 10층에 입주해 있었다.

조 회장은 “시민들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는데 호화로운 사무실을 쓰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며 “3개월동안 인천을 돌며 적당한 사무실을 골랐고, 보증금은 반으로 줄여 차액을 예금하고 월 관리비를 100만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 회장의 시도는 비록 명예직 회장이지만 임기를 마치고 지역에서 역대 인천모금회 회장 중 가장 합리적이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일을 마쳤다는 평가를 받겠다는 소신에서 비롯됐다.

조 회장은 민선 군수 시절에도 정치인이 이닌, 정도(正道)를 걷는 공직자로 유명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경위서 한 번 안 썼을 정도.

취임 이후 지금까지 조 회장은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매일 출근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의욕도, 비전도, 열정도 바닥이었다”면서 “매일 출근해서 직원들의 사기도 북돋아주려고 애썼다. 밥도 사고 술도 샀다. 지금은 많이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모든 시민대상 ‘연중무휴’ 기부문화 정착 노력

조 회장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말 그대로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인 만큼,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은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금회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아너소사이어티 클럽(1억 원 이상 기부자클럽)을 창설했다.

조 회장이 취임했을 땐 인천에 고작 4명 뿐이었다. 학교 동창과 지인 등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새 13명으로 늘어났다.

명예로운 ‘아너소사이어티’ 만들어 노블레스 오블리주 값진 기회 제공

현재 지역 내 아너소아이어티 가입 대상은 약 2천여명에 달한다. 이제야 첫 발걸음을 뗀 셈이다.

그는 “올해 20명이 목표다. 이는 전국 16개 시·도 중 3위의 성적이다”면서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이 고액 기부자클럽인 토크빌 소사이어티처럼 활성화된다면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기부 문화가 퍼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전 시민이 연중무휴 늘 기부하는 문화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인천여성단체협의회와 협약을 맺고 여자운전자협회, 미용협회 등 여성들의 기부를 유도하고 교육장들을 찾아가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기부문화에 익숙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한 달에 1~2만원이라도 기부하는 ‘착한가게 캠페인’을 펼치며 작지만 지속적인 정성도 모으고 있다. 작은 금액이라도 정성이 담긴 성금인 만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을 널리 알리는데도 애쓰고 있다.

‘명예의 전당’ 건립·고액기부자 모임 결성 계획

조 회장에겐 인천모금회를 맡고 난 뒤 생긴 작은 꿈이 있다. 기부자들을 위한 작은 회관 건립이다. 기부자들의 명예의 전당인 셈이다.

초등·중·고교생들이 찾아와서 고액기부자는 물론 비록 금액은 작지만 정성껏 모은 성금을 기부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기부 문화에 더욱 앞장설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줄 장소다.

조 회장은 “기부하는 사례가 자꾸 전파되어야 연쇄적으로 또 기부가 일어난다. 수해 때나 연말에 TV에서 성금낸 사람 명단을 내보내주면, 그걸 보고 또다시 성금을 내는 사람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기부자들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해 인천에 기부 문화를 뿌리내리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고액기부자들이 단순히 성금만 내는 것이 아닌, 직접 각종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토록 모임도 결성시키고 싶어한다.

그는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자들 보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 이들이 단순히 돈만 낸다면 진정한 기부의 의미가 없다”면서 “9월 중에 이들을 중심으로 자생단체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챙기고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명예로운 아너소사이어티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인천 사랑의열매, 상반기 30억9천만원 모금…지난해보다 18%↑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올 상반기 이웃을 위한 인천시민의 나눔을 생각하는 마음은 뜨겁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올 상반기 모금액을 집계한 결과 30억9천200만원이 모금됐다. 이는 올해 모금 목표액 75억8천만원의 40.5%에 달하는 수치로, 지난해 상반기 26억1천900만원보다 4억7천300만원(18%) 증가했다.

모금액 중 개인 기부는 7억7천883만8천1원, 기업과 공공단체 등 법인 기부는 23억1천311만8천881원으로 집계됐다.

인천모금회는 시민의 성금 30억9천200만원에 중앙회 지원금과 지난해 이월금 등을 더해 올 상반기 총 55억8천800만원을 지역의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

조 회장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나눔에 동참해 준 개인 기부자와 기업인 등 많은 이들의 나눔참여로 상반기에 56억원이라는 금액을 꼭 필요한 곳에 배분할 수 있었다”며 “하반기에도 인천시민의 정성어린 성금을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배분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 _ 인천·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