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슬루가 준 성취감, 꿈과 희망으로 보답
생전 처음 겪어보는 무시무시한 ‘고산증’의 압박과 비바람 몰아치는 악천후를 이겨내며 가까스로 오를 수 있었던 ‘마’의 4천800m 베이스캠프와 15명 대원 모두에게 ‘해냈다’는 성취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했던 5천150m 고지.
이번 원정의 ‘최대 난관’이었던 두 개의 큰 고비를 모두 이겨낸 대원들에게 더 이상의 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5천150m 고지를 정복한 지난달 23일 이후에도 하루 6~9시간에 달하는 강행군이 이어졌지만, 해발 5천m 이상의 고지를 다녀온 무시무시한(?) 여인들에게 그런 일쯤은 ‘식은죽 먹기’에 불과했다. 그저, 절경이 끝없이 펼쳐진 산길을 걸으며 파란만장했던 마나슬루 등반의 설렘을 가라앉히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는 ‘추스름’의 시간이었으리라.
마나슬루 5천150m 고지가 탐험대에 안겨준 자신감
네팔 현지 아이들 60여명에 ‘한국 아줌마의 정’ 선물
지난달 28일. 험난했던 17일간의 등반을 마치고 하산한 뒤 정든 마나슬루와 시원 섭섭한 작별을 고했다.
히말라야 마나슬루. 이름만 들어도 설레던 그곳에서 대원들이 행군해야 했던 거리는 자그마치 서울에서 대구 간 거리에 해당하는 280여km. 계속되는 비와 모기떼, 거머리, 고산증 등 지긋지긋한 것들과 싸우며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는 280여km의 산길을 걷는 동안 대원들은 흔들리는 다리를 수십 개나 건넜고, 장대비로 유실된 위태로운 협곡을 10여 곳이나 건너야 했다. 또 100여 개에 달하는 현지 마을을 지나며, 수백 명에 달하는 현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교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경험들을 선사했던 마나슬루와 아쉬운 작별을 고한 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7시간여를 달린 후에야 숙소가 있는 포카라(네팔의 관광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포카라에서 모처럼 만의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지난달 30일, 네팔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기 위해 카트만두의 현지 학교로 향했다. 그곳에서 대원들은 까무잡잡한 피부와 선한 눈망울을 가진 현지 아이들 60여 명에게 정성껏 준비해 간 옷가지와 가방, 공책, 축구공 등의 선물을 전달했다. 뽀얀 피부의 이방인(?)들을 낯선 시선으로 대하던 아이들도 손자·손녀, 자식을 대하듯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대원들에게 이내 마음의 벽을 허물며, ‘한국’이라는 나라 아줌마들의 정성을 고맙게 받는 모습이었다.
“대원들이 건넨 소중한 정성은 네팔 현지 아이들에게 단순한 선물이 아닌 꿈과 희망의 메시지로 기억될 것”이라는 현지 통역사의 말은 대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네팔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뒤, 공항으로 향하는 대원들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네팔에서 지낸 21일간의 여운을 정리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해 만감이 교차하는 얼떨떨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원들 모두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마나슬루에서의 치열했던 경험은 아마 평생토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또 이번 마나슬루 원정에 참가하기 전과는 분명 다른 마음가짐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20년 등산 경력으로 줌마탐험대의 선봉을 이끌었던 이병춘 대원(57·수원시)은 “마나슬루 등반에 도전했던 21일은 대원들 모두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앞으로 자랑스러운 경기도 줌마탐험대 대원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모든 면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는 대원들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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