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나가기 위해서 토건산업은 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치공약을 타고 무섭게 번졌다. 아동들을 무상급식하기 위해 지자체들은 계획된 공공건축물 예산을 축소하거나, 무산시켰다. 이어서 소득계층에 상관없이 전업주부의 자녀건, 취업주부의 자녀건, 무상으로 육아해 주기 위해 지자체 예산은 바닥이 나고 있다. 토목사업이나, 공공건축에 예산을 쓰면 현시대를 인지하지 못하고 복지를 반대하는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이다. 더욱이 지어진 대규모 공공건축 사업들이 신랄한 비평을 받으며 전임 지자체장들과 관련 공무원들은 자리를 떠났다.
건설은 세계 역사상 정치와 권력과 끊을 수 없는 관계이다. 권력의 힘과 욕망이 클수록 그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의 도시계획과 대규모 건축이 일어났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부터, 나폴레옹 3세의 파리 도시계획, 현대에 와서 미테랑 정부의 대통령 프로젝트 등 세계건축사에 기록되고 관광명소가 된 여러 도시와 수많은 건축물은 모두 권력을 기록하려는 통치자들의 욕망과 직결된다.
정보화 사회 불경기 고용창출
그러나 권력은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 물러나면 수행한 건축사업은 그 흔적을 지울 수 없기에 앞선 권력을 지탄하기 위한 표적물이 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주요건축물들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노동을 착취한 대상이거나 세금을 오용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 온다. 피라미드는 왕권이 쇠락하면서 도굴의 대상이 되었고, 현재 파리의 모습을 갖추게 된 나폴레옹의 파리 재건축도 권력 상실 이후는 지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러한 토건사업은 후세들에게는 국가 경제를 돌리는 큰 자산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고대부터 건설이 시행되는 동안은 적어도 노동자 계급에는 배고픔을 잊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되었다.
근대 산업화사회의 불황 해결책은 토건산업이 정답이었다. 공장 가동과 서민들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공급되는 에너지원을 위한 발전소와 댐 건설은 명분이 뚜렷한 국민을 위한 공공사업이었다. 후버댐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미국 불황을 극복한 수단으로 유명한 토건사업 사례이다. 엄청난 반대도 물론 있었지만, 소신 있는 정치인들은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고용 창출과 후일 국민의 복지에 기여한 사업이었다.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세계 최초 초고층건축물이라는 명목과 함께 관광문화 명소로 주변 상권까지도 살려온다. 토목과 건축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책을 수행하는 책임자는 긴 안목을 가지고 확신이 있는 사업은 당장의 정치성 평판과는 무관하게 개인의 이익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실행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지금 정보화 사회의 불경기 고용 창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 IT, BT, CT, NT를 장려하고, 화이트칼라를 위한 불경기 고용창출은 대규모 연구비를 지원하여 그럭저럭 고급 두뇌들을 위한 일자리는 해결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가 압축되어 동시성을 가지는 상황에서는 수많은 토건산업 실직자들의 문제는 심각하다.
문화자산용 토건사업, 좋은 대안
문화자산용 토건산업을 통한 고용창출정책이 절실하다. 비약하여 연결해보면 요즈음 빈번히 일어나는 성범죄도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건전한 육체노동은 건전한 정신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토건산업을 통한 국토 인프라와 건축물들이 후세 국민의 문화복지 인프라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동시대 국민을 위한 불황극복용 복지정책이며 미래 국민을 위한 복지정책이다. 긴 역사의 안목을 가지고 복지정책과 토건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고용창출기획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혜정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한국 여성건설인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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