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이 핸들을 잡더니…

무면허 청소년들 ‘死線 넘는 질주’

도내 사고 매년 1천여건 뺑소니·강력범죄로 이어져 처벌은 고작 벌금 50만원

“주변에 운전하는 친구들 많아요. 꼭 면허가 있어야 잘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지난 5월 그동안 쌓였던 입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부모님 차량을 몰래 운전해봤다는 K군(17·수원)은 자랑인 듯 무면허 운전경험을 늘어놨다.

K군은 “장롱면허보다 오히려 운전을 자주 해 본 사람들이 더 잘한다”며 “주변의 친구들도 다 한두 번 이상은 운전을 해봤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같은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으로 경기도 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매년 1천여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50만원의 벌금만 내면 되는 솜방망이 처벌과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교육의 부재가 이 같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무면허 운전 교통사고(18세 이하)는 지난 2009년 990건, 2010년 1천88건, 2011년 1천17건으로 집계됐다.

실제 K군(16) 등 3명은 지난 24일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일대를 무면허로 운전을 하다가 길바닥에 술취해 쓰러져 있는 20대 남자를 때리고 돈을 뺏으려는 강도 행각까지 벌이는 등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서 P군(15)은 지난 7월께 용인시 기흥구 죽전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부모 차량을 운전해 시민 2명을 친 뒤 그대로 도주했다가 붙잡혔다.

이에 따라 청소년 무면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무면허 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은 성인의 경우 1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반해, 청소년의 경우 형사입건된 뒤에 50만원의 벌금만 내면 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통안전교육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범죄 사각지대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도로교통공단 경기지부는 지난 8월까지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2천193회의 교통안전교육을 벌였지만, 실질적인 무면허 운전자인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17건에 불과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각 학교에 교통안전교육 관련 공문서를 보내고 있다”며 “하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인 중·고등학교에서 신청을 하지 않아 별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양휘모기자 return778 @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