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하남 위례길로!

[아름다운경기도]64㎞ 위례길따라 하남의 자연·역사를 만나다

동부 수도권의 관문인 하남지역에 자연과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걷는 코스가 생겼다. 한강의 수려한 자연경관 감상은 물론 남한산성과 초기백제 도읍지 위례성(BC18~AD475년)의 숨결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등산(걷기) 코스다.

하남시는 총 연장 64㎞의 ‘하남 위례길’ 4개 코스를 11억원을 들여 정비한 후 지난해 7월 15일 개방했다. 시는 4개 위례길 코스에 이정표 94개와 종합안내판 11개, 표찰 300개, 안내 리본 2천개 등을 설치했다.

총 64㎞ 4개 코스… 시원한 한강 풍광·구비구비 달콤한 사랑의 전설

1코스 _ 위례사랑길

산곡천~도미나루터~팔당댐 5㎞ (2시간 코스)

하남시 검단산과 한강 사이로 국도 45호선이 지난 2004년 개통되기 전에 창우동에서 아랫배알미를 오가던 옛길을 복원한 코스다. 한강을 따라 오가던 세미선과 상선이 머물던 창모루 나루터, 삼국사기의 도미부인 설화를 간직한 도미나루터 등이 있다.

창모루 나루에는 닭의 벼슬과 부리를 꼭 닮은 무서울 정도로 커다란 ‘닭바위’가 버티고 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줄기가 합쳐져 살아가는 부부나무로 불리는 소나무 한 쌍의 ‘연리목’이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한다. 도미부인 설화를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 제격인 코스다.

정조를 지키고자 왕권에 도전한 도미부부의 사랑의 기려 로마 폰테 밀비오 다리와 비슷한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두는 이벤트 공간도 조만간 생긴다. 겨울에는 이 길목에 부부의 연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사랑을 나누는 천연기념물 제201호인 큰고니가 많게는 100여 마리씩 날아와 장관을 이룬다.

옛날 한양을 떠나던 신하들이 절을 했다는 배알미를 지나 팔당댐에 이르면 수문을 통해 쏟아지는 물보라를 구경할 수 있다.

  

2코스 _ 위례강변길

산곡천~경정장 공원~나무고아원~선동축구장 13.5㎞ (4시간 코스)

도도히 흐르는 한강의 풍경을 보면서 시원한 강바람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해마다 4~5월  쯤이면 수초가 있는 강 습지에서 어른 팔뚝만한 크기의 수많은 잉어떼들이 산란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드넓은 둔치는 봄에는 벚꽃을, 가을에는 60만㎡의 억새와 갈대가 장관을 이뤄 계절별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1980년대 골재채취로 사라졌다가 퇴적작용으로 되살아난 12만㎡의 당정섬과 버려진 나무들의 새 삶터 28만㎡의 나무고아원은 도시 근교에서 보기 힘든 자연의 경이를 느끼게 해준다.

드넓은 호수와 잔디가 어우러진 130만㎡의 미사리 경정공원과 선사유적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주변 미사리 카페촌은 덤이다.

  

3코스 _ 위례역사길

광주향교~이성산성~동사지 선법사 5.8㎞ (2시간 코스)

하남의 대표적인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는 코스다.

초기 백제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성산성(사적 422호)과 춘궁동 동사지(사적 352호)와 석탑(보물 12호와 13호), 선법사 마애약사여래좌상(보물 981호) 등 유적이 즐비하다.

마애약사여래좌상 옆에는 온조왕이 마셨다는 어용샘이 있는가 하면 조선시대 최대 향교였던 광주향교(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3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 성현에게 존경심을 표해야 했던 하마비(下馬碑) 등도 전해 내려오는 등 옛이야기가 쏠쏠하다.

광주향교는 조선시대에 지금의 성남, 광주, 남양주, 강동, 강남, 송파를 관장하던 전국에서 제일 큰 향교였다. 현재 유학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의 기능, 공자님과 그 제자 우리나라 선현께 제사를 드리는 제향의 기능, 지역사회에 공자의 도를 널리 알려 교화시키는 지방문화센터의 기능, 예절지킴이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4코스 _ 위례둘레길

덕풍골~남한산성~샘재 39.7㎞ (7시간30분 코스)

이성산과 금암산, 남한산성 연주봉과 성곽, 벌봉, 객산 등에서 지금의 하남과 옛 백제의 왕도를 한 눈에 느끼며 둘러볼 수 있다. 대부분 남한산성 축조 때부터 이미 만들어진 산길이며 걷기에는 대체로 평이하다.

이 길의 매력은 길을 따라 만나는 볼거리와 전설이다.

‘호랑바위’는 옛날 덕풍약수터 동남쪽 20m 지점에 논자락을 끼고 있는 큰 바위를 말한다. 옛날 정서방이라는 아주 힘센 장사가 이 바위로 호랑이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다. 영물을 잡은 죄로 관가에서 곤장을 맞았으나 호피를 관가에 바쳐 상금도 같이 받았다는 전설이 구전(口傳)으로 이어지고 있다.

‘벌봉’은 남한산성 옆 봉암성에 있는데, 남한산성 암문 밖에서 이 바위를 보면 벌처럼 보인다. 병자호란 당시 청군이 공격할 때 이곳의 산봉우리로 아군이 피신했는데 갑자기 수없이 많은 벌이 날아와 청군을 쏘아 아군의 승리를 도왔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당시 청 태종이 정기가 서려 있는 벌봉을 깨트려야 산성을 함락시킬 수 있다해 이 바위를 깨트리고 산성을 굴복시켰다는 전설도 함께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산행 길에 갈증을 풀어줄 샘과 하산 길에 배고픔을 달래줄 토속 맛집들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글 _ 하남·강영호 기자 yhk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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