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민족’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갖고 있는 한국이지만, 최근 출판계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종이책 시장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으나 대안 시장인 전자책 시장의 성장속도는 기대보다 더디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독자의 독서시간은 SNS, 게임, 영상 등 접근하기 편안한 콘텐츠의 소비로 증가되고 있고, 독서시간은 점점 줄어들거나 독서스타일이 변화되어 가는 상황이다.
출판기업은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좋은 기류로 반전시킬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전략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책을 콘텐츠로 바라보는 ‘비즈니스 관점의 전환’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는 기본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역량이 매우 뛰어난 조직이다. 그 종이책에서 벗어나 스마트콘텐츠와 같은 좀 더 유연한 수단으로 독자들과 만남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기 작가 허영만의 ‘꼴’과 ‘금토일 해외여행’(위즈덤하우스)이 앱북으로 출시된 것이 그 좋은 사례일 것이다. 기존 킬링타임용이나 트랜드적인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른 ‘곁에 두고 항상 꺼내보고 싶은 앱북’으로 콘텐츠의 특성과 실용성을 결합해서 만들었다. 특히, 꼴은 종이책과 차별화된 가치를 주기위해 내용면에서는 종이책을 읽은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것들을 ‘꼴법 맛보기’라는 매거진 스타일의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무엇보다도 만화앱으로는 최초로 검색기능을 넣어서 스마트 콘텐츠로서의 특성을 극대화하였고, SNS를 활용한 독자참여 코너도 만들었다. ‘사소한 차이’라는 단행본도 앱북으로서 새로운 시장을 열었던 시도로 기억된다.
소설 ‘나의 삼촌 브루스리’(예담출판사)가 곽경택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고래’, ‘고령화 가족’ 등을 쓴 천명관 작가의 소설로 화자인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삼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내년 여름쯤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 소설은 또 하나의 원작소설로 빛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위 사례에서 보듯 출판이 가진 튼튼한 원작이 다른 콘텐츠산업에 소중한 원천콘텐츠가 되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출판계는 책을 기획, 유통,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영위해 나가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경기도와 경기도콘텐츠진흥원에서 시행 중인 경기콘텐츠기업협의회와 같이, 도내 역량 있는 영상, 애니메이션, 게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각 산업군과의 적극적인 정보교류를 통한 상생의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은 의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각 기관을 통해 많은 출판 지원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지만, 출판 원작의 멀티유즈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출판사도 더욱 적극적인 콘텐츠기업의 시스템과 시장상황에 대한 학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도는 이것을 위한 세미나 또는 만남의 자리를 통해 정보 나눔과 비즈니스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콘텐츠가 황제인 시대! 좋은 콘텐츠는 어떤 그릇에 담아도 빛이난다. 그러나 ‘어떻게’담는 가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공과 실패가 좌우된다. 출판사가 콘텐츠기업으로서 잘 거듭날 수 있도록 경기도와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의 많은 관심을 기대해본다.
정은선 경기콘텐츠기업협의회 출판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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