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의 정체성 상실과 피폐한 민초들의 삶이 혼재된 채만식의 탁류를 생각하며 호남평야를 지났다. 근대란 상상력이 미칠 수 있는 가장 그리운 이미지, 이 땅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경험했던 남루한 시간들을 마주한다. 중화요리, 복성루에서 짬뽕 한 그릇을 먹었다. 무려 한 시간 반 동안 줄서 기다린 맛, 각종 해물이 수북 들어 있어 시원하고 얼얼하다. 일본 절 동국사와 일본인 히로쓰의 집을 보니 이 땅에서 주인 행세한 일본이 어처구니없다. 옛 군산세관과 조선은행, 그리고 수탈한 곡식을 송출했던 부잔교가 치욕의 역사를 증거하고 있다. 경암동 철길을 다녀온 후, 나는 45년 역사의 이성당 단팥빵을 풀 먹는 염소처럼 야물거리며 노을 내린 군산항을 홀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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