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끝없는 추락…건설사 분양 줄줄이 연기
정부가 지난 9월 10일 부동산 살리기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서 가장 큰 이슈로 작용하는 것은 미분양주택 구입 시 연말까지 5년간 발생하는 양도세를 100% 감면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취득세 50% 감면 혜택까지 준다.
표면적으로는 내 집 마련의 기회다. 특히 미분양 주택의 경우 현재 건설사나 분양사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내놓고 있어 이번 대책 이후 관심도가 더욱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분위기는 냉담하기만 하다.
이 같은 혜택이 올 연말로 한정돼 있는데다 집값 하락의 공포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에게 체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되레 정부 대책이 신규 분양 아파트 거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분양에 대한 양도세 혜택 안이 나왔던 지난 9월의 경우 당초 기대와 달리 전국에서 2만여 가구가 분양되는 데 그쳤다. 이는 분양시장에서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는 8월(2만2천여 가구)보다 못한 수준이다.
주택업계에서는 하반기 분양 예정 물량(6만여 가구) 중 30% 정도인 2만여 가구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 1천만원 이하↓… 공급과잉·미분양 가격 폭락 원인
경기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5년 만에 1천 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www.DrApt.com)에 따르면 경기지역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평균 분양가(3.3㎡당)가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9월말 기준) 경기지역 분양가(3.3㎡당)는 958만 원으로 2008년에 비해 16%(182만원)나 떨어졌다. 기존에 3.3㎡당 1천 만 원 선을 꾸준히 유지하다가 올해 900만 원 대로 떨어진 것이다. 경기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1천 만 원 밑으로 떨어진 데는 올해 2천 만 원(3.3㎡당)이 넘는 고가분양 아파트 공급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도심에 공급돼 분양가가 다소 높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2곳이나 공급됐지만 분양가가 2천 만 원을 넘지 않았다.
실제 성남시 중앙동 삼남아파트를 재건축한 힐스테이트1차 평균 분양가는 1천519만 원(3.3㎡당), 수원시 화서동 팔달115-1구역을 재개발한 한신휴플러스 역시 분양가가 평균 1천88만 원(3.3㎡당)을 기록했다.
여기에 건설사들도 어려운 부동산 시장에 맞춰 저렴한 가격에 분양한 것도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이후 2009년에는 김포한강신도시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2009~2011년까지 보금자리지구 물량이 쏟아져 분양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2009년(1천18만 원)에 가장 높은 분양가를 기록했다. 이는 송도국제도시, 청라지구 등의 경제자유구역 분양물량이 본격적으로 공급됐기 때문. 그러나 이 지역에서 미분양 적체가 심화되자 공급물량도 감소하고 분양가도 점차 내려 3.3㎡당 분양가가 900만 원 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서울은 올해 가장 높은 분양가(1천891만원)로 조사됐다. 올해 재개발, 재건축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평균 2천~3천만 원대를 넘어 가격에 공급됐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천 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며 “전문가들도 아파트 가격이 반등할 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바닥쳤다?” 엇갈린 평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과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 만큼 변수가 많은 현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최근 4년간 집값이 꾸준히 내려 주택 구입 부담은 줄어든 반면 전셋값은 빠르게 올라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처럼 집값이 급반등하지 않아도 시장 사이클로 볼 때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반면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가 제자리걸음이고 유럽발 재정 위기 등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일부 지표만 보고 매수심리가 살아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시장 바닥론에 대해 의견이 양분되고 있는 것이다.
찬…급반등 없어도 추가 하락 가능성 적어
반…공급과잉, 경기악화 집값 하락 불가피
“구매심리 회복 집값 오른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은 전셋값과 전세가 비율 상승, 부동산 구매심리 회복 등을 근거로 꼽고 있다. 반등 시기는 대부분 내년 상반기로 전망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수도권은 실질주택매매가격이 2007년 1월 고점을 찍은 뒤 68개월째 하락했고 전셋값은 빠르게 올라 일부 지역은 전셋값이 집값의 55% 수준”이라며 “용인·고양·파주·김포 등 주택공급이 많아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수도권 전체 주택시장은 바닥을 쳤다”고 밝혔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주택시장은 ‘매매고점, 하락, 매매고점’ 추세로 흐름을 이어가는데 대략 한 사이클이 5년3개월에서 6년”이라며 “이런 추세로 볼 때 서울은 2010년 상반기 상승 전환했어야 하지만 대형 아파트가 발목을 잡아 반등 시기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전세가비율 상승, 부동산 소비심리 회복 등을 고려하면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집중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등락을 반복한 뒤 하반기부터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과잉 더 떨어진다”
시장이 여전히 바닥이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부동산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수도권 주택시장은 집값하락, 공급과잉, 경기악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2~3년 정도는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9·10대책으로 미분양 주택이 혜택을 본다 해도 미분양 대부분이 중대형인 점을 고려하면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빈집이 많은 상황에서 신규 공급이 이어지고 있어 구조적으로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기관들은 또 전세가비율 상승 등 일부 지표 호전이나 정부의 단기적 조치만으로는 시장 반등이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주택금융연구소 관계자는 “9·10 대책, 기준금리 동결 등 거래 정상화 조치가 나온 점은 긍정적이지만 단기 대책이어서 한계가 있다”며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시장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 _ 이선호 기자 lshgo@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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