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고객 ‘애플’ 이탈조짐·IT제품 판매부진 우려 당초, 총 6조원 투자… 내년 말 완공 목표 ‘차질’
삼성전자가 총 6조원을 투자해 화성사업장에 짓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17라인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화성공장 17라인 완공 시기를 내년 말 이후로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17라인을 내년 말 완공 목표로 총 2조2천500억원을 들여 20나노와 14나노 등의 생산 라인으로 구축할 예정이었다. 설비 투자까지 포함하면 투자액은 총 6조원에 달한다.
특히 17라인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모바일 등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지난 6월 화성사업장 내 시스템반도체 전용 17라인을 짓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에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해마다 성장해 올해 약 13조원을 기록, 전체 반도체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 올 초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를 만들던 기흥 9, 14라인을 시스템반도체 라인으로 전환했고 8월에는 미국 오스틴 메모리 생산라인도 전환 공사를 시작하는 등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완공 시기를 늦추는 것은 삼성 시스템 반도체의 최대 고객인 애플의 이탈조짐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삼성과의 특허 소송 이후 삼성에 대한 부품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AP 등 칩 공급원을 대만 등으로 다각화하는데다 스마트폰을 제외한 대부분 IT제품의 내년도 판매가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시스템 반도체 시황도 불투명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전동수 메모리사업부장(사장)도 최근 열린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큰 변곡점에 진입했다며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구름 속’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화성 17라인 완공 시기를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시기나 완공시기를 조절하는 ‘속도조절’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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