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ㆍ자율성 키워주는 인성교육 '브랜드파워'가 보인다
1912년 일제강점기 때 안양지역에 최초로 건립된 과천초등학교(교장 홍성문)가 올해로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과천초는 지난 100년 동안 학생들에게 교과서적인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학교로 유명하다.
학교의 전통과 역사가 말해주듯 과천초의 자랑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지난 100년 동안 과천초가 배출한 졸업생만 1만6천여명, 이 가운데 정계와 재계, 문화계, 교육계, 금융계 등에서 명성을 떨치는 동문만 100여 명이 넘는다. 또 과천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단체장 등 오피니언 리더는 모두 과천초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인적 네트워크는 ‘역사와 전통’이란 과천초의 브랜드 파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올해 ‘꿈을 가지고 미래를 창조하는 인재 양성’을 교육목표로 1천 년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내디딘 과천초는 100년 전부터 추진해온 인성교육의 전통을 이어받아 21세기에 맞는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추진,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충·효·예 등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한자인증제와 기초체력 신장 프로그램인 3S 운동, 음악을 통해 심미안을 기르는 1인 1 악기 연주하기,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노래로 부르는 영어교육, 창의력을 쏙쏙 키워주는 발명 동아리 등이 과천초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과천초는 오래전부터 한자인증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자교육은 단순히 한자를 쓰고 읽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한자 속에 깃들어 있는 충·효·예를 배우기 위해서다. 저학년 때는 한자를 익히고, 고학년이 되면 명심보감 등 학생들이 지켜야 할 예의와 부모에 대한 효 등을 배운다.
과천초는 학생들에게 한자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이고자 매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자 인증시험을 치러 고학년이 되면 모두 3급 이상의 한자능력 자격증을 지닌다.
과천초가 100년의 역사와 함께 대외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것이 엘리트 체육과 예·체능교육이다. 엘리트 체육으로는 축구부와 수영부가 있다. 특히 축구부는 오래전부터 전국대회를 휩쓰는 등 그 명성이 자자하다. 올해는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에 출전해 3위를 차지했다. 수영부도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는 등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과천초는 학생들에게 사회성과 협동심, 성취감을 고취시키고자 3S 운동과 1인 1 악기 연주하기 등 인성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3S 운동은 인기스포츠인 줄넘기(rope-Skipping)와 수영(Swimming), 빙상(Skating)이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줄넘기는 체육 시간과 연계해 진행하고, 수영과 빙상은 과천시의 지원을 받아 지도강사를 초빙해 선수반과 개인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3S 운동은 기초체력 신장 프로그램으로 순발력과 근지구력, 민첩성, 유연성 등을 길러줘 학생들의 건강증진에 한몫하고 있다.
홍 교장은 “3S 운동은 학생들에게 건강한 체력을 기르는 동시에 규칙과 규율을 배우고, 나아가 스포츠를 통해 나눔과 배려, 인간존중 등의 가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전교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1인 1 악기 연주하기도 있다.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초보자도 쉽게 따라 연주할 수 있는 리코더를 악기로 선택, 음악 교과 시간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집중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음계와 연주 테크닉이 향상되면 리코더 합주로 이어진다. 독주와 합주 실력이 갖춰진 학생들은 팀별로 가곡과 클래식 등 곡명을 정해 5곡 이상을 연습하고, 학년 말 리코더연주 음악회에 참여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낸다.
과천초는 학생들이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래로 부르는 영어(Good Morning English)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침 방송을 통해 팝송을 들으며 가사에서 표현하고 있는 색깔과 음식, 인물묘사, 시간, 감정 등 주요 표현과 의미를 파악하고 따라 부른다.
홍 교장은 “주 2회 1시간 동안 노래로 부르는 영어 교육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알트슬러의 40가지 발명원리인 트리즈를 중심으로 발명 착상법을 배우는 발명동아리와 13개 부서 33개 강좌가 운영되는 방과 후 교도 운영하고 있다.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방과 후 교실은 전문강사를 초빙해 학교에서 부족한 학습이나 예·체능, 취미활동 등을 배운다. 방과 후 교실 프로그램으로는 논술과 영어, 수학, 과학 등 교과과목과 무용, 체조, 기타, 바이올린, 바둑, 연극 등 33개 강좌를 운영 중이다.
이밖에 생명과학부는 매시간 식물과 동물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관찰 및 실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과천초가 운영하고 있는 인성프로그램은 아주 평범하지만, 그 속에는 학생들의 자존감과 자율성을 키워주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과천=김형표기자 hpkim@kyeonggi.com
<인터뷰> 홍성문 교장 "정부 정책과 학부모 교육관념 바뀌어야 사교육 해결" 인터뷰>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은 교과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또래 친구와 놀면서 사회성을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홍성문 교장은 남에 대한 배려심과 협동심을 함양시키기 위해서는 친구와의 놀이활동과 동아리 활동, 자연체험 등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학교 내 집단 따돌림과 폭력 현상도 친구와의 우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같은 학교, 같은 반 아이들이 친구가 아니라, 입시의 경쟁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1등 주의,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요즘 교육계의 화두는 공교육 추락과 사교육 문제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공교육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교육정책이 입시위주 교육에서 인성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부모들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를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하는 등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학생들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면서 공교육까지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내 아이를 1등으로 만들려고 하는 학부모의 과욕이 현재의 기형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정책과 학부모들의 교육관념부터 바꿔야 한다.
- 과천초의 인성 프로그램에는 예·체능 분야가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요즘 학생들은 체격은 좋지만, 체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공부에만 열중하다 보니 뛰어노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운동 부족으로 말미암은 비만 등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다. 과천초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줄넘기와 축구, 수영 등 다양한 체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개교 100주년이 된 올해, 과천초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100주년이 된 학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과천초는 개교 100주년을 맞아 100주년 기념식과 기념비 제막식, 과천인의 밤, 100주년 글짓기·그림 그리기 대회, 동문과 함께하는 등반대회, 과천초 발전사 화보 전시회 등 선배와 후배가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과천초 동문회는 과천초 100년사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책자가 제작되면 과천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선배들의 아름다운 정신을 이어받아 후배들이 과천초의 역사와 전통을 천 년을 이어갈 것이다.
과천=김형표기자 hp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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