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OK… ‘도덕 불감증’ 백화점

외국인학교 입학 비리 들여다 보니…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통해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의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 식의 법과 양심을 무시한 도덕 불감증과 금전만능주의적 행태가 드러났다.

구속기소된 A씨(36·여)의 경우 처음 불가리아와 영국 여권을 위조해 딸을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뒤 또다시 집 근처 외국인학교로 전학시키려고 과테말라 위조 여권까지 받는 등 무려 3개국 여권을 위조했다.

학부모 B씨(36·여)는 자녀 3명 중 첫째와 둘째를 이미 미국에서 원정출산해 외국인학교에 보냈지만, 관련법이 바뀌면서 부모의 외국국적이 필요하자 아예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2개국 여권을 위조해 셋째까지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위장결혼·공무원 매수 등 신종 맹모(孟母)도 등장했다. 학부모 O씨(46·여)는 ‘현재 신분으로는 국적 취득이 어렵다’는 브로커의 말에 따라 한국인 남편과 이혼 후 에콰도르 국적 외국인과 위장결혼을 해 결국 자녀를 부정입학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상당수 학부모는 위조 여권을 구하기 위해 비행기로 30시간이나 걸리는 중남미 국가인 과테말라에 다녀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부 학부모는 브로커가 ‘국적상실신고를 하려면 과테말라에 갔다가 온 출입국 기록이 필요하다. 경유지인 미국이라도 가야 한다’는 말에 미국 여행을 갔다 왔다.

또 위조 여권의 원활한 발급을 위해 현지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것은 물론, 매수한 공무원이 출근하지 않아 체류기간 내내 기다렸다가 여권을 겨우 받아온 학부모도 있었다.

이 밖에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출생지가 도미니카공화국 한 지방도시인 것처럼 여권을 위조해 학교에 제출한 학부모도 있었다.

진경준 2차장검사는 “이번 사건은 일부 부유층은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심 등 공동체 의식 결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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