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기회 없어 사기저하… 재단 ‘책임경영 기대’ 시각差
사립학교가 교장공모제를 통해 퇴직한 고위공무원 등 외부 인사를 채용하는 등 학교현장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선 교사들은 승진을 못 하는데 따른 사기 저하와 기대에 못 미치는 학교경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8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2월 퇴직한 고위공무원 4명이 현재 사립학교 교장으로 근무 중이다.
본청 교육정책국장 출신 2명, 행정관리국장과 교육지원청 교육장 출신 각 1명으로 교장공모제를 통해 사립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사학법인은 이들이 교육자로서 풍부한 경험과 행정능력을 갖춘 만큼 학교현장의 새로운 변화와 책임경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립학교 내부에선 외부 인사들의 교장 초빙이 곱지만은 않은 눈치다.
특히 교사들은 외부에서 교장이 초빙됨으로써 동료 교사들이 승진할 기회를 잃고 있다며 사기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평생을 한 학교에서 근무하고도 교감으로 퇴직하는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는 게 사립학교 교사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A 고교는 지난 2009년에 이어 올해 9월에도 교장공모제를 통해 외부에서 교장을 채용했다. 올해 L 교장이 최소 임기 3년을 근무하면 6년 동안 내부 교사 중 승진자는 나오지 못하는 셈이다.
2009년만 해도 공고에서 퇴직한 모 교장이 이 학교 교장으로 임용되면서 오랜 기간 교감직에 있던 B씨가 승진을 못 한 채 명퇴했다. 당시 이 학교 교사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등 재단에 대한 불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또 교장공모제가 학교현장의 변화나 책임경영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A 고교 교사 C씨는 “외부에서 교장이 채용됐지만, 그 이전과 학교운영이 크게 달라진 점은 못 느꼈다”며 “재단의 눈치를 안 보고 학교경영을 할 수 있는 교장이 몇이나 될 것이며, 오히려 교사들의 반감을 불러와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의 D 교사는 “내부 교감에게도 공모 기회를 주고 있지만, 경력 면에서 고위공무원 출신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며 교장공모제의 형식적인 심사절차를 꼬집었다.
이와 관련, 사학법인 관계자는 “승진문제가 예민하다 보니 교사들이 반감을 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재단에서 교장을 임명하는 것보다는 교장공모제가 더 민주적이지 않겠느냐”며 “교사들이 좀 더 큰 시각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혜숙기자 ph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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