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구서 시작된 ‘수원천의 기적’ 수원 구도심 ‘문화 혁명지’ 탈바꿈
흥하는 도시에는 물이 있다. 지구촌 최대의 도시인 뉴욕엔 허드슨 강이 흐르고 바다와 마주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엔 세느강이, 영국 런던엔 템즈강이 흐른다. 경기도의 중심, 수원시도 물이 흐른다.
광교산에서 발원한 100만 수원 시민의 젖줄, 수원천은 20년 가까이 콘크리트로 덮여있다 최근 생태형 하천으로 복원돼 모습을 드러냈다.
전통시장과 문화재가 어우러진 수원천을 되살림으로써 수원시, 그중에서도 팔달구가 살아나고 있다.
수원의 경제가 살아나고, 수원의 문화가 만개하기 시작했다. 11월 8일 윤건모 수원 팔달구청장을 만나 길고 긴 수원천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최초 도심형 생태하천의 원조 ‘수원천’
윤건모 구청장은 주말이 더 바쁜 남자다. 축구, 탁구, 테니스, 당구 등 다양한 종목을 넘나드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소문이 났지만 정작 바쁜 이유는 따로 있다.
“윤건모 구청장을 만나려거든 수원천으로 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만큼 요즘엔 틈만 나면 수원천을 걷는다.
윤 구청장은 특히 지난 9월부터 매주 토요일 지동교에서 열리는 ‘장도 보고 공연도 보는 funfun 토요일! 전통시장 토요문화공연’은 빼놓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개발의 논리에 밀려 콘크리트로 덮여졌던 수원천 지동교와 매교 사이 780m 구간이 18년 만에 콘크리트 덮개가 걷어지면서 생태형 자연하천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됐습니다.
수원시가 복원사업을 시작한 지 3년만입니다. 최근 수원천과 남수문 복원이 완료됨에 따라 12월까지 ‘토요상설문화공연“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상설공연은 지동시장, 영동시장 등 팔달문 주변 9개 시장상인회와 함께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지동다리에서 다문화공연, 실버공연, 청소년 공연 등 매주 테마를 가지고 음악·무용·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려 시장 상인과 시민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켜주고 있다.
이에 윤 구청장은 좋아하는 운동도 마다하고 주말마다 수원천을 거닐며 공연도 보고 전통시장에서 순대국도 사먹는다. 또 저녁 찬거리를 사며 상인들과 대화하며 민심을 챙기고 있다.
이 같은 윤 구청장의 자연스럽고, 소소한 행정으로 ‘수원천의 기적’이 팔달구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수원시 예산 600억원(국·도비 300억원 포함)이 투입된 수원천이 단순한 하천복원이 아닌 ‘시민참여형 공간’으로 거듭나 다양한 문화가 소통하고 재생산되는 장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일환으로 다소 어둡고 침침했던 수원천 매향교 교각 하부를 주민들의 건의에 따라 시민이 손수 그린 타일 5천 장을 벽면에 붙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고 조명을 설치해 ‘다리밑 갤러리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시민과 함께 추진했다.
또 수원천 주변 경관 개선을 위해 매향교에서 남수교까지 14개 건물의 간판 87개를 수원화성과 어울리는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조성했다.
팔달구 구도심 동네의 ‘작은 문화혁명’
수원천에 가면 윤 구청장을 만날 수 있다는 데, 그럼 그의 비밀 아지트는 어디일까?
바로 팔달구 지동에 있는 ‘핑퐁음악다방 1호점’이다. 조용히 생각하고 싶을 때나 스트레스 받을 때 윤 구청장은 핑퐁음악다방을 찾는다.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시니어 바리스타 어르신들이 직접 내려주시는 핸드드립커피를 마시며 재충천의 시간을 갖는다.
“팔달구는 수원의 중심권역으로 도청과 시청이 소재하고 199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수원화성’이 위치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문화와 행정의 도시입니다. 하지만 타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도심권이다 보니 낙후된 동네가 많습니다. 그래서 ‘마을 르네상스’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 찾는 핑퐁음악다방도 지동 마을르네상스 사업의 결과물입니다.”
윤 구청장은 낙후된 구도심권 팔달구의 미래를 마을 르네상스 사업에서 찾고 있다.
수원시 마을르네상스는 마을을 주민 스스로 문화와 예술, 건축과 환경 등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으로 팔달구 곳곳이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팔달구는 과거 속에 남아 있는 구도심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살아 움직이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동네가 바로 행궁동과 지동입니다.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각종 규제로 주거환경과 생활환경이 슬럼화 됐던 행궁동과 지동의 마을 르네상스 사업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동 일대 680m 벽화골목 조성, 수원제일교회 종탑에 마련한 ‘노을빛 화성전망대’, 행궁동 ‘금빛합창단’, ‘예술거리’ 조성, ‘화서문로 거리축제’, ‘한데우물 축제’ 등으로 문화예술마을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윤 구청장의 마을 르네상스 사업 성과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명품 장미마을’, ‘자원순환 테마마을’, ‘수원천 무궁화 축제’ 등 각 동 특성에 맞는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이 진행돼 팔달구의 문화혁명을 이끌고 있다.
팔달구청 20여년 ‘더부살이’ 벗어나
올핸 윤 구청장에게 아주 특별한 해로 기록됐다. 팔달구청이 20여 년 간의 ‘더부살이’에서 벗어나게 됐기 때문. 지난 10월 29일 팔달구 매향동 49일대 수원화성박물관 옆에서 팔달구청사 기공식이 개최됐다.
“수원의 중심이지만 팔달구청은 수원시 4개 구청 가운데 그동안 유일하게 청사가 없었습니다.
수원시청 뒤편 개인건물을 임대해 청사로 사용할 당시엔 민원인 주차문제 등 각종 불편이 이어졌고 지난 2002년 우만동에 소재한 지금의 월드컵 경기장으로 이전해 제2의 팔달구청 시대를 열었습니다.
최근 청사를 건립하기 위한 기공식을 갖고 드디어 첫 삽을 떴는데 오는 2014년 초에는 또 다른 팔달구청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지난 1976년 2월 평택 송탄읍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1979년 수원시로 전입해온 윤 구청장은 36년간의 공직생활 노하우와 역량을 22만 팔달구민과 300여 공직자들을 위해 쏟아 붓고 있다.
“초등학교 때 축구선수로 뛸 정도로 운동을 잘했던 소년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공직에 입문해 첫 월급 1만8천원, 숙직비 200원을 받으며 일했습니다. 그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자 구청장이 된 요즘도 사무실 보다는 현장에 나가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우리 팔달구가 ‘팔팔하고 달콤한 도시’가 될 수 있게끔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팔팔하고 달콤한 팔달구’라? 윤건모 구청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그의 탁월한 행정력과 뚝심이라면 어디 팔팔하기만 하겠는가. 펄펄 뛰고도 남아 보인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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