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②] 베트남, ‘클래식 한류’ 색다른 감동

한·베 수교 20주년 기념 ‘조수미 초청 우호 콘서트’

지난 10월 27일 저녁 7시 한국과 베트남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베트남 하노이시 문화궁전에서 열린 ‘소프라노 조수미 초청 우호 콘서트’에 대한 현지인과 교민 1천여 명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신이 내린 목소리로 꼽히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첫 베트남 무대는 베트남국립오케스트라와의 선율과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며 클래식 불모지인 베트남을 새로운 음악 세계로 이끌었다.

그 뜨겁고 감동적이었던, 베트남에서 K-클래식 시대를 여는 순간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경기일보 후원 ‘감동의 무대’…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 열창에 기립박수·환호

베트남 주재 한국문화원이 주최하고 경기일보가 후원한 ‘소프라노 조수미 초청 우호 콘서트’는 한국 대중음악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양국의 한국 클래식 교류에 불을 지피는 의미 있는 무대였다.

특히 무대영상, 대중적 연주 프로그램, 출연진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등 현지인의 쉬운 클래식 감상을 돕기 위한 다채로운 시도와 배려가 돋보였다는 평이다.

무대 위 주인공은 역시 소프라노 조수미였다.

공연에 앞서 열린 현지 언론 기자회견장에서도 붉은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연신 미소와 적극적인 답변으로 호응을 얻었던 그녀는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국 클래식 공연에 나선 조수미는 길고 화려한 경력만큼 수 십 명의 베트남국립오케스트라 단원과 현지 가수 두 뚜안과의 호흡을 능수능란하게 주도했다.

첫 곡으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리아 ‘나는 꿈속에 살고 싶어요’를 열창하자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 같은 관객 호응은 앙코르 무대까지 이어졌다.

가곡 ‘선구자’로 교민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더니,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의 아리아를 부를 때에는 새침한 여인으로 분해 두 뚜안과 춤을 추고 코를 푼 손수건을 가슴에 넣는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당초 솔로 무대로 예정돼 있던 마지막 곡 ‘라데츠키 행진곡’을 노래하며 퇴장한 두 뚜안을 다시 불러 싸이의 말춤을 함께 추는 등 ‘한국 문화 사절’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웃음소리를 예상하기 어려운 클래식 무대에서 탄성과 환호는 물론 폭소와 박수가 뒤섞인 관객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날 함께한 두 뚜안 역시 베트남 노래 ‘띤 까(tinh ca)’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부르며 특유의 목소리와 익살스러운 무대 매너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또 각 음악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상징적 이미지와 출연진을 클로즈업한 실황 촬영 영상이 무대 막에 시종일관 흘러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공연에 앞서 상영한 한국 홍보 영상물을 비롯해 레 카잉 하이 베트남 문화체육부 차관과 하찬호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의 축사 등이 양국 문화 교류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혔다.

대부분의 관객은 기립박수와 열렬한 환호에 진행된 앙코르 무대 후에도 공연장을 떠나지 못한 채 로비의 콘서트 홍보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감상을 나누느라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연중 클래식 공연 횟수를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인 베트남에서 펼쳐진 이 진풍경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클래식 대중화의 단계를 대폭 줄인 기적의 순간으로 기록될 듯 싶다.

글 _ 베트남 하노이ㆍ류설아 기자 rsa119@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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