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복지사회와 노인요양시설의 진화

얼마 전 TV뉴스에서 공동주택 내에 가정형노인요양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시위를 보았다.

시위주민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 매우 놀랐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고, 특히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인데도 같은 여성들이 나서서 반대하고 있는 모습은 복지국가 사회모습과는 거리가 무척 멀어 보였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취업률이 54.9%로, 미국의 67.8%, 영국의 70.4%, 호주의 70.5%, 그리고 OECD 회원국 평균 61.8%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는 여성들의 육아와 가사 부담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취업하여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일상생활은 그야말로 전투이다. 여성이 취업과 가정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친정에서든, 시댁에서든 가족 내 여성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을 내어 자녀를 돌봐주거나,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곳곳에 편리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서 보육시설은 일상생활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고령사회는 노인요양시설 또한 아동보육시설처럼 지역사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설이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족 내에 연세 드신 노인이 장기간 간호가 필요한 경우에 가족 내 여성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보살펴야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가 요구하는 성역할이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의 경우 장기간 노인간병이 필요할 때는 직장과 가정생활이 동시에 마비가 된다.

중세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서구의 노인홈은 산업사회에 들어와 지속하여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령화사회가 시작된 1960년대 초기 노인홈은 대규모 시설위주로 도시 외곽에 공급되다 노인인구가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최근에는 소규모 체인형식으로 주택가 곳곳에 들어서는 추세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할수록 지역사회에서 노인을 돌보는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현재 소규모 가정형 노인시설은 지역사회 여성들의 자원 봉사와 시간제 비정규직 보조원들의 도움으로 노인거주자와 간병직원과의 비율이 거의 1:1에 이르는 것이 최근 경향이다.

마찬가지로 은퇴 후 자녀세대 근처로 이주한 노인들이 간병이 필요할 경우, 자녀의 집 근처 요양시설에서 자녀들과 가능한 자주 만날 수 있어 가족친화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미국의 주택가 소규모 요양시설은 현대 핵가족이 필요로 하는 최신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주부가 취업하고 있는 가족의 경우는 노부모의 간호를 위한 시설이 집 근처 편한 곳에 모실 수 있어야 출근길이나 퇴근길, 점심시간에도 자주 방문할 수 있으며, 현대의 바쁜 손자 손녀들도 자주 인사드릴 수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복지시설의 개념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육아와 마찬가지로 노인의 보호도 이웃 공동체가 서로 도와 돌보는 사회가 진정한 복지사회이며, 진정한 양성평등의 사회가 될 수 있는 조건이다. 여성 취업률과 국가경제성장은 상관관계가 있다.

우리 사회 경제성장을 위해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힘을 모아 취업여성들이 안심하고 직장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의 가치관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노인요양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도시 주변 외곽으로 몰아내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한국여성건설인협회 명예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