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설, ‘장마딩의 여덟째 날’

19세기 말 의화단운동이 일어나던 중국.

이탈리아 출신의 지오반니 바랄로는 먼 나라 중국에서 중국이름 ‘장마딩’으로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하늘어미 여와’라는 삼신할미를 신봉하는 작은 마을이다. 주민은 가뭄이 들자 전통 방식으로 해결하려하고, 천주교 성당과 충돌한다.

이 와중에 장마딩은 치명적인 중상을 입고, 주교는 그가 죽은 것처럼 마을 주민을 속여 그 댓가로 마을 의화단 우두머리인 ‘장텐츠’가 죽게 된다.

하지만 기적처럼 살아난 장마딩. 그는 자책감을 느끼며 억울하게 참수당한 장텐츠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로 한다. 결국 주교의 성당에서 쫓겨난 장마딩은 분노한 민중 앞에 서게 된다.

서구 열강의 위협 아래 봉건 체제가 몰락하던 중국사회의 격동을 그린 ‘장마딩의 여덟째 날’(삼화 刊)은 비이성적인 광기에 벌어진 피의 학살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한 인간의 삶을 그린다.

고뇌하고 실천하는 주인공의 삶은 저자와 닮아 있다.

중국의 소설가 리루이는 문화대혁명 발발 시 홍위병에 참가해 혁명의 선두에 선다.

그의 어머니는 정치적 박해로 자살했고, 아버지는 정치적 역사 문제로 ‘5.7간부학교’에서 격리 심사를 받던 중 의료 진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5.7간부학교는 모택동이 당간부들과 지식계급을 농촌에 내려 보내 노동을 통해 의식 개조를 하도록 1978년 5월7일 지시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그것을 시행하는 농장이나 농촌의 특정지역을 지칭한다.

이처럼 저자는 개인적 좌절과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탈출구로 창작을 선택, 점차 작품을 통해 공동으로 만든 역사의 결과를 중국인 모두가 책임질 것을 촉구한다.

이번 작품 역시 이같은 작가의식이 한껏 드러난다. 리루이는 피비린내로 점철된 역사와 폭력을 과거라는 면죄부를 주지 않으며, 인간의 본원적인 문제와 내면적 문제로까지 파고든다. 값1만3천500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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