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하의 냠냠독서]어떤 상황이든 책을 가까이 하라

얼마전 수원 서문 쪽을 지나는데 거리에 공공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짚으로 공원 바닥을 덮는 모습이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렇게 하면 벌레들이 옴딱옴딱 따뜻한 곳으로 모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일제히 태우는 일을 정월 대보름 달집에 불을 붙이는 것을 시작으로 들판에 쥐불을 놓으며 논밭에 잡초와 잔디를 태워 해충의 피해를 줄이고자 했던 조상의 슬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독서도 이와 같다. 가끔은 따끔하게 혹은 혹독하게 책과 씨름할 필요가 있다. 그 예가 시험기간이다. 실제 8과목에서 12과목에 달하는 많은 과목을 다양한 시점으로 질문과 답변을 함으로 자신이 배운바 기량을 검토하는 작업이 시험이다.

청소년기에 시험이 없기를 바란 것은 모두의 희망이었지만 또한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성적을 인격의 잣대로까지 가져갈 때는 문제가 된다. 사람은 저 마다 잘 하는 것이 있고 그것의 소질을 찾아 주는 곳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배우고 있는 과정을 공부하고 시험에 응하는 것은 기본적인 교과서라는 이름의 책과 한 학기 혹은 1년간을 지내는 것에 대한 예의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참에 살짝 귀에 대고 알려 주자. 사실 너보다 나은 모든 사람은 네가 공부하는 것을 원치 않는 다는 것을.

‘인구의 대부분인 흑인이나 갈색인은 절대로 책을 이용할 수 없었다. 남아프리카 연방인은 틀림없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현지인이 그의 식사를 만들고, 그의 어린이를 돌보고, 그의 집을 정리하고, 그를 자기 식으로 섬기고, 그가 읽을 도서관의 책을 빌려오고 반납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사용인에게 이들 책을 펴서 읽는 것을 허락한다면 이제 그의 통치는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S.R.랑가나탄, 도서관학5법칙, 한국도서관협회 / 159쪽)

이 내용을 처음 보았을 때 소름이 끼치도록 전율이 몸을 파고 들었다. ‘누가 당신이 독서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당신이 즐거움에 빠져 있는 동안 무지한 당신의 지갑에서는 소비만을 일삼아 대대로 가난만이 당신과 당신의 자녀를 반긴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책을 펴라. 짚 속으로 파고든 해충들처럼 독서를 멀리하는 마음을 떨쳐내야 한다. 겨울방학은 바로 그때다. 문의(031)257-5067

전방하 동화작가·‘독서특훈하나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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