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이후 근대 인천과 마주하다
2013년 인천항이 개항된 지 130주년을 맞았다. 제국주의의 거대한 풍랑과 외세의 힘의 논리 앞에서 강제적으로 문을 열게 될 수밖에 없었던 아픈 역사.
준비되지 못해 결국 일제 식민지 시대로 가는 빌미가 되기도 한 슬픈 현실 개항. 하지만 일제 잔재의 무조건적인 부정은 우리나라 개항의 역사 전체를 부정하는 꼴이 되는 불가분의 관계다. 지난 1883년 개항을 통해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었던 인천의 제물포 포구 일대(현재 중구)는 근대적 도시로 성장·발전하게 됐다.
거리에는 르네상스풍의 우아한 석조건물이 들어서게 되고, 한복과 기모노, 치파오, 서양식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이곳을 가득 채우게 된다. 외국인 집단거주지인 조계(租界)는 물론 각국 영사관과 근대식 은행, 극장, 카페, 공원 등도 생겨나는 등 세상이 바뀌게 됐다.
이곳을 통해 서울 등 국내 각지로 개항 문물이 소개되고, 인천은 ‘개항기 서구 근대문물의 수용로’로써 한국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다. 개항의 상징을 담고 있는 인천 그리고 당시 중심부 역할을 했던 중구. 이곳에 개항기의 인천과 관련된 유물과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인천개항박물관과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이 자리 잡았다.
일본제1은행 ‘개항박물관’이 되다
인천개항박물관은 인천시 중구청 인근 중앙동에 있는 개항기 근대건축물인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인천시 유형문화재 제7호)을 개조해 만들었다. 그 바로 옆엔 ‘인천개항근대건축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0년 10월 개관한 개항박물관은 연면적 428.05㎡, 지상 2층 규모로, 개항기 인천을 통해 처음 도입됐거나, 인천에서 발생한 근대문화 유물 등 모두 321종 669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특히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은 당시 인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금융계의 꽃으로, 지난 1899년에 르네상스풍 돔이 설치된 절충주의 양식의 석조건물 축조됐다.
중구는 지난 2006년 이 건물을 매입한 후 각계의 자문을 얻어 근대건축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전시가 가능한 박물관으로 조성했다.
박물관은 총 4개 상설전시실과 유물수장고, 학예실,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전시실은 가벽이 없고, 자연 그대로의 목재가 주를 이루며 커튼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등 역사를 보존하고자 한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다.
제1전시실은 ‘인천의 개항과 근대문물’을 주제로 1883년 개항 후 인천항을 통해 처음 들어온 근대문물을 소개한다. 최초의 갑문식 도크에 대한 영상자료부터 인천항에 설치된 최초의 해관,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대불호텔에 관한 기록물은 물론 대한제국의 근대식 군함 광제호(光濟號)에 경술국치 전날까지 게양했던 대형 태극기도 관람할 수 있다. 여기에 최초로 발행된 문위우표를 비롯해 개항기 우표와 우편물, 전보와 전화기, 전보 송수신기 등 통신제도와 관련된 전시품들도 정리돼 있다.
제2전시실은 한국 철도 역사와 관련된 자료만을 전시하는 주제전시실로, 주로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철도 유물과 자료가 전시돼 있다. 경인철도 개통 당시의 기관차 모형과 개통 초기의 승차권, 열차 운행에 필수적인 통표와 휴대기, 전호 등 다양한 철도 관련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제3전시실은 개항기 당시의 거리 풍경과 개항장의 면모를 입체 거리모형과 시청각자료로 재현하고 있다. 당시 은행건물이었던 박물관 앞거리의 모습을 재현한 입체 거리모형 앞에서 기념촬영 하는 것은 또 다른 묘미다.
제4전시실은 과거 은행으로 사용될 당시의 금고를 활용해 개항기 금융기관과 인천전환국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전시한다. 당시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 모형과 압인기, 인천전환국에서 제작된 동전 등이 전시돼 있다.
개항시절 거리풍경 한눈에 ‘근대건축전시관’
개항박물관을 통해 개항기 역사와 문화를 체험했다면 이제는 바로 옆 건물로 이동해 당시의 살아 숨쉬는 풍경을 감상할 차례다.
개항박물관에 앞서 지난 2006년 개관한 근대건축전시관은 연면적 225.17㎡, 지상 1층 규모로 이 또한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으로 쓰였던 건물이다.
근대건축전시관은 모두 3가지의 테마로 구성돼 있다.
첫번째 전시의 주제는 ‘제물포가 열리다’로 개항당시 시대상황과 상징이미지, 근대화가 시작된 제물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두번째는 ‘개항기 중구의 모습을 보다’로 당시 각 조계지의 풍경과 중구의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전시공간의 주제는 ‘건물이 역사되어 근대를 말하다’로 현존하는 중요건축물의 축소모형과 소실된 근대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는 답동성당 등 현존하는 주요 근대건축물 모형 11점과 존스턴별장 등 소실건축물 모형 3점과 함께 당시 일본제18은행에서 사용하던 금고도 재현하고 있다.
관람안내
인천개항박물관
위치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23번길 89(중앙동 1가 9-2)
전화 : 032-760-7508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위치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23번길 77(중앙동 2가 24-1)
전화 : 032-760-7549
ㆍ관람시간 : 09: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ㆍ관 람 료 : 일반 500원/청소년 300원/어린이 200원
ㆍ소요시간 : 1시간 (전시물에 관한 해설 제공)
글 _ 신동민 기자 sdm84@kyeonggi.com 사진 _ 인천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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