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영화로 물들다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인 동구.
곳곳에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스며들어 있는 사람 사는 냄새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최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정겨우면서도 너저분했던 주택가가 정리되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오래된 집들이 남아 아파트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 때문에 동구의 골목길이나 재래시장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 캐스팅 장소다. 특히 1960~1970년대 녹슨 계단과 슬레이트 지붕이 달린 건물 등 약간 오래된 느낌이 필요한 장면은 동구 지역에서 촬영이 심심치 않게 이뤄진다.
영화 ‘의형제’에서는 송림3동 골목길이 영화의 주무대로 노출됐고, ‘식객 2, 김치전쟁’에선 송현동 이영우 내과병원이, ‘요술’에선 창영초등학교,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선 송림동 우각로 일대가 촬영지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영화 ‘도가니’에서도 금창동 일대에서 건물과 길가 등이 촬영장소로 활용됐으며 ‘특수본’에선 화수자유시장, 송현동 중앙시장,동인교회 등이, ‘점쟁이들’에선 창영초등학교가 등장했다.
TV 드라마에서도 동구는 빠지지 않는 단골 촬영 장소다. SBS 드라마 ‘싸인’과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송림동 구 현대시장과 우각로 일대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비록 멋지거나 특별한 장소는 아니지만, 사람이 사는 평범한 곳을 촬영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동구. 그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의형제…송림동 천광성결교회 옆 계단 길
장훈 감독의 지휘에 송강호·강동원이 명연기를 펼친 ‘의형제’. 국정원 요원과 남파공작원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신분을 속이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함께 하며 친구로서, 남자로서 이해하게 되는 영화.
이 송림동 천광성결교회 옆 계단 길에서 영화의 일부가 촬영됐다. 송강호가 강동원의 과거를 찾아 헤매던 골목길. 하지만 아쉽게도 본편 영화에서는 편집되어 나오지 않았다.
식객2 : 김치전쟁…송현동 이영우 내과병원
백동훈 감독과 김정은·진구가 만난 맛있는 국민영화 ‘식객2 김치전쟁’. 대령숙수의 칼을 얻은 후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한 채 여전히 트럭을 몰고 전국을 누비는 성찬(진구). 친어머니 같은 수향이 운영하는 ‘춘양각’을 찾은 성찬과 수향의 친딸이자 세계적 쉐프 배장은(김정은)의 맞대결이 스토리인 이 영화.
여기서 송현동 이영우 내과병원은 영화의 큰 역할을 하는 장소다. 바로 수향이 춘양각을 없애려 하는 배장은의 계략에 충격을 받아 쓰러져서 실려 가는 병원이다. 이 장면을 계기로 영화는 급반전을 이루며, 결국 주인공 성찬은 무언가를 찾는 여행길에 나서며 자신의 어머니의 흔적을 알게 되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요술…창영초등학교
연기자 구혜선이 감독을 맡아 임지규·서현진이 주연인 영화 ‘요술’. 절대음감을 지닌 까칠한 성격의 천재 첼리스트와 그에 가려 빛을 못 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강한 또 다른 첼리스트 명진(임지규), 그리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가진 피아니스트 지은(서현진). 예술학교에 다니는 서로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가진 단짝 친구들의 이야기. 이 영화에서 나오는 예술학교의 내부 장면은 모두 창영초등학교에서 촬영됐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송림동 우각로 우유보급소
추창민 감독이 연출하고 이순재·윤소정이 열연한 영화. 따뜻하게 눈 내리는 새벽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만석(이순재)과 이뿐(윤소정). 사랑하는 그대를 생각하기만 해도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 번지는 설레는 사랑으로 이어지기 시작한다는 멋진 장면. 이들이 전국에 전파한 행복 바이러스의 근원지는 바로 인천 동구.
극중 만석이 일하는 우유보급소가 바로 송림동 우각로에 위치한 실제 우유보급소다. 만석은 이 우유보급소와 골목길 등에서 이뿐과 가슴 따뜻해지는 사랑을 만들어갔다. 특히 2012년 상영된 SBS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도 이곳은 똑같은 우유보급소로 나오는 등 대부분 같은 곳에서 재촬영이 이뤄졌다.
도가니…인권센터 사무실, 동구의 빈 건물서 촬영
2011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황동혁 감독, 공유·정유미 주연의 영화 ‘도가니’.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실제 일어난 사건을 영화화 한 이야기.
그 끔찍한 진실이 공개되는 인권센터 사무실. 인권센터 사무실의 모든 분량이 동구에 있는 건물의 비어 있는 공간에서 촬영됐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진실인 이 이야기, 그 끔찍한 진실이 인천에서 공개된 셈이다.
특수본…인천 서구·동구 곳곳 단골 등장
황병국 감독, 엄태웅·주원 주연이 영화 특수본에는 영화 중간 중간에 많이 등장한다. 화수자유시장, 송현동 중앙시장, 동인교회 등은 물론, 인천 서구의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지구와 인천국제공항 신도시, 만수시장 등이 등장한다.
동구에선 주로 영화 후반부, 한번 문 사건은 절대 놓치지 않는 동물적 감각의 강력계 형사 성범(엄태웅)이 도망치는 장면의 대부분이 촬영됐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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