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득이’ 살았던 성남 달동네는 지금 얼어붙은 빙판길 연탄배달도 안돼… 냉골에 ‘벌벌’
“높은 곳에 사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지난 5일 오후 1시께 성남시 수정구 신흥2동.
2011년 개봉한 영화 ‘완득이’의 주인공 완득이가 살았던 달동네로 유명한 이곳은 경사도 20도의 산비탈에 위치, 올라가는 길은 험난하기 그지 없었다.
큰 도로로 이어지는 동네의 아래쪽은 제설작업이 말끔히 이뤄진 반면, 오르면 오를수록 좁아지는 골목길에는 그대로 눈이 쌓여 있어 통행을 불편하게 했다.
더욱이 녹은 눈이 그대로 다시 얼어 빙판이 된 골목길 곳곳은 아이스링크장을 연상케 했다.
15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K할머니(77)는 오랜만에 마실에 나섰다가 곳곳에 쌓인 눈과 빙판을 보고는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 2011년 크리스마스에 빙판길에서 넘어져 골반 쪽을 크게 다친 이후 거동이 힘들어진 K할머니는 빙판길만 보면 덜컥 겁부터 난다.
올 초 내린 눈 그대로 방치 낙상위험 외출은 꿈도 못꿔
결국 집으로 들어간 K할머니는 빙판길에 연탄배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냉골이 된 방 바닥에 전기장판 하나없이 이불만을 의지한 채 누워버렸다.
K할머니는 “눈 때문에 노인정은 커녕 코 앞의 슈퍼마켓도 못가고 있다”며 “매해 겨울마다 눈이 제때 치워지지 않고 있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곳에서 만난 다른 주민들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부분 이동에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특히, 골목골목에 쌓인 눈들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 주기도 했지만, 덩달아 안전에 큰 위협이 됐다.
눈덩이를 던지며 눈싸움을 벌이던 아이들은 골목 여기저기를 누비며 뛰어다니다가 빙판길에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빙판길에 넘어져 크게 우는 아이를 나무라며 집으로 데리고 가는 부모들의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20~30대 젊은 사람들도 빙판길과 눈을 피해 종종걸음을 걷기 바쁜 모습이었다.
7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P씨(23ㆍ여)는 “가파른 경사를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하이힐 구두는 신을 엄두도 못낸다”며 “더욱이 겨울에는 골목 사이사이까지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운동화에 징이라도 박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내려본 성남시내에는 하얗게 쌓인 눈들을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었고, 일부 보이는 눈 마저도 대부분 도로 한켠이나 인도 한켠에 가지런히 정리된 상태였다.
그러나 높은 산비탈에 위치한 신흥2동의 주민들은 늦어지는 제설작업에 그대로 손발이 꽁꽁 묶인 채 27년만에 찾아 온 한파를 고스란히 맞이하고 있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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