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문학상'으로 시인 등단, 이숙희 작가
“시(詩)를 쓴다는 것은 아이를 출산하는 산고보다 더 아픈 고통이 수반되지만, 그 고통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지난해 11월 동서문학상에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등단을 알린 작가 이숙희씨(51).
이씨는 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를 털어놓으며 시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글을 즐겨 써 왔던 이씨는 항상 시인을 꿈꿔 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마음껏 풀어놓고 싶었던 것. 그러나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을 포기하면서 자신의 꿈까지 포기해야 했던 이씨.
오랫동안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전업주부로 살아온 이씨는 불혹의 나이에 다시금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불치의 병을 앓기 시작했다. 가슴 속 깊숙이 숨겨 놓았던 꿈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
언젠가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던 이씨는 지난 2002년 방통대 국문학과에 진학원서를 내고 제2의 삶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씨는 “아들과 함께 학교에 다녔지만 꿈 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들끼리 만나 작가에 대해, 시에 대해 이야기했던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했던 것 같다”며 시와 함께할 때의 행복을 강조했다.
대학시절 신춘문예에도 몇 번 도전해 미역국을 먹었지만,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현재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서정적인 시보다는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삶을 소재로 시를 쓰고 있다. 동서문학상에 출품한 작품도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인생역경과 인간 삶과 존재의 의미, 인간의 탄생과 죽음, 인간의 희로애락 등을 담아내고 있다.
이씨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작가란 딱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조금은 부담도 있다”며 “이제 책상 서랍에 숨겨놓고 보는 글이 아니라 독자들이 읽는 글을 써야 하는 책임감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삶의 애환 등을 다룬 관념적인 시를 모티브로 활동한 이씨. 그녀는 관념에서 벗어나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 남녀 간의 사랑과 부모와 자식 간의 애틋한 정(情), 사물에 대한 치밀한 고찰을 통한 다양한 시선 등 폭넓은 장르로 모두가 공감하는 시집을 내는 꿈을 향해 시상(詩想) 중이다.
과천=김형표 기자 hp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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