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으로 생각해보면 수원-KT가 평가위원회 심사에서 전북-부영을 상당히 큰 점수 차로 제쳤음을 짐작 할 수 있다. 수원-KT가 10구단을 유치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들을 조명해 봤다.
사상 초유의 통큰 베팅 200억
BO는 가입신청서를 제출할 때 야구 발전기금 액수를 양측에 비공개로 적어내도록 했다.
대부분의 야구 전문가들은 KT와 부영 양측이 제출할 야구 발전기금 액수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평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점 만점의 평가 점수 중 단일 항목으로서는 가장 큰 10%(20점)의 비중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기선 제압에 나선 쪽은 전북의 부영이었다. 부영은 KBO에 제출할 야구 발전기금 액수를 적어내기도 전에 이와는 별도로 전북 지역 아마추어 야구발전을 위해 100억원을 지원하겠다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대외적으로 알리는 한편, KT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더 무서운 비장의 카드를 숨기고 있었던 쪽은 KT였다. 야구 발전기금에 대해 시종일관 말을 아꼈던 KT는 200억원이라는 사상 최고 금액을 베팅함으로써 평가위원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했다. 80억원을 적어 낸 것으로 알려진 부영보다 120억원이 많은 금액이자, 9구단인 NC 다이노스가 낸 20억원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액수다. 특히 KT가 지난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인수에 나설 당시 프로야구 가입금 120억원 때문에 인수를 포기했던 것을 감안할 때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액수가 아닐 수 없다.
이석채 KT회장은 “KT가 유통, 물류 등 5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종합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지난 2007년과는 사정이 다르다”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히든 카드’ 돔구장 건설과 도내 독립리그 창설
수원 KT는 지난 4일 수원야구장 증축ㆍ리모델링 기공식을 갖고 ‘준비된 도시’임을 선포했다. 이는 야구장 건설을 ‘계획이 아닌 실천’에 옮겼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지만, 1천100억원을 들여 신축 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전북 부영의 계획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수원-KT가 준비한 카드는 따로 있었다. 다른 광역 도시와 기업들도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고지이자 국내 야구계의 숙원인 돔 구장 건설이다. 경기도와 수원시, KT는 ‘오는 2020년께 서수원권 33만㎡ 부지에 5천억원 가량을 들여 4만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해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15만명의 수원시 인구에 1천250만 경기도의 인구를 감안하며 돔구장의 운영 타당성도 충분하다는게 수원 KT의 판단이다.
여기에 경기도가 내세운 ‘깜짝 카드’인 실업팀 창단을 통한 지역 독립리그 운영 계획 또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기도는 인구 40만명 이상의 시와 해당지역 유망 중소ㆍ중견 기업의 공동신청을 받아 6개 팀을 창단, 오는 2015년 출범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내세웠다. 팀당 운영비 30억원은 신청 기업과 지자체가 부담하고, 2천~3천석 규모의 야구장 건립비 중 일부는 국·도비로 보조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가 제시한 실업야구 창단은 초ㆍ중ㆍ고ㆍ대 아마야구의 활성화에 고심하고 있는 야구인들에게 획기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억원에 달하는 통큰 베팅과 돔구장 건립, 지역 독립리그 운영 등의 ‘깜짝 카드’ 이외에도 수원-KT가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압도적인 시장성과 흥행성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야구인들이 ‘프로야구는 비즈니스’라는 말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전북의 ‘감성’보다는 수원의 ‘논리’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평가위원회를 마친 뒤 “전북 부영은 주로 오랜 전통과 지역 발전을 내세웠고, 수원은 흥행성과 시장성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밝힌 바 있다.
편리한 교통망과 1시간 내 거리에 570만이 살고 있는 적정 인구수, 2년여에 걸친 철저한 준비상태 등 모든 객관적 데이터에서 앞서는 수원-KT를 지역적 안배와 오랜 전통을 강조하며 유치전에 나선 전북 부영이 따라잡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수원-KT는 수원야구장을 KT의 IT 기술력이 도입된 최첨단 구장으로 조성하는 한편, 2019년까지 지하철 및 철도사업을 완공, 서울-인천-수원을 잇는 수도권 5개 팀간 지하철 시리즈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전북보다 우위에 있는 객관적인 장점을 극대화한 전략이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이 프로야구 전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최적의 도시라는 것을 적극 어필했다”면서 “프로야구 1천만 관중시대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 일지>프로야구>
▲2011년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 10구단 창단 공식화
▲2011년 3월30일 수원시, KBO에 프로야구단 유치 의향서 제출
▲2011년 6월 수원야구장 리모델링 제시(200억원 투입)
▲2011년 8월9일 수원시, 10구단 유치추진위 구성
▲2011년 9월19일 10구단 수원 유치를 위한 시민연대 발족
▲2011년 9월26일 10구단 수원유치 30만 시민 서명결과 KBO 제출
▲2011년 10월2일 김문수지사ㆍ염태영시장 KBO 방문 유치건의
▲2012년 3월16일 수원야구장 대규모 증축ㆍ리모델링 계획 발표
▲2012년 5월8일 KBO 이사회, 10구단 창단 보류
▲2012년 11월6일 경기도-수원시-KT 10구단 창단 협약 체결
▲2012년 12월11일 KBO 10구단 창단 승인
▲2012년 12월22일 10구단 유치 수원시민서포터즈 창단
▲2012년 12월31일 시ㆍ군의장협의회, 10구단 수원유치 성명 발표
▲2013년 1월4일 수원야구장 2만5000석 리모델링 착공
▲2013년 1월7일 수원시-KT 10구단 유치신청서 제출
▲2013년 1월10일 수원시-KT, 10구단 KBO평가위원회 PT 참여
▲2013년 1월11일 KBO 이사회, 프로야구 10구단 수원-KT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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