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유출·부실 경영… 다시 떠오르는 쌍용차 ‘먹튀의 악몽’
그동안 세간에 떠돌던 ‘하이디스’에 대한 외국 기업 먹튀 논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대주주인 외국 기업의 기술 및 자본 유출로 인해 결국 대량해고 사태로 이어지면서 생명까지 앗아갔던 쌍용차 비극사와 닮은 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9년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한 ‘하이디스’는 당시 가장 촉망받던 LCD 제조업체였다. 광시야각기술 원천기술을 보유하면서 스마트폰, 태불릿 PC 시장 확대에 따라 가장 혜택을 불러 올 기업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하이디스의 비극은 2002년부터 시작된다.
그해 11월 김대중 정부는 부도난 현대전자(하이닉스)를 분리 매각하면서 LCD사업부(현 하이디스)를 중국 ‘비오이’(베이징읍토일렉트로닉스)에 넘기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비오이는 기술유출을 대놓고 자행했다. 하이디스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공유 목적으로 양사의 전산망을 통합, 라이센스 외 기술까지 마구잡이로 빼돌렸다.
이와 관련 2008년 검찰은 수사를 통해 2005년 4월부터 2006년 9월까지 모두 4천331건의 기술자료가 유출된 것을 확인됐다.
DJ정부, 현대전자 분리매각하면서 ‘이천의 비극’ 시작
中ㆍ대만 자본에 10년간 기술 빼앗기고ㆍ자본 유출 만신창이
노조지회장 “정권 바뀔 때마다 먹튀정책…특허보호 무방비”
이 과정에서 하이디스는 매출 8천억원, 영업이익 1천억원에서 비오이가 경영한 4년간 3천억원 매출에 2천억원 가깝게 적자를 내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반면 2005년까지도 적자를 내던 비오이는 하이디스의 기술을 이용해 2011년 4천억원의 순익을 내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결국 회사는 2006년 부도처리된 후 비오이는 중국으로 철수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비오이가 남긴 채무 4천억원 중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던 산업은행은 2007년 11월 대만 프라임뷰 컨소시엄(PVI, 이후 ‘이잉크’로 개명)에 하이디스를 2천600억원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하이디스는 새로 주인을 맞았지만 비이오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걷는다.
대만 ‘이잉크’사는 인수 이듬해부터 본격적 기술유출을 주도한다.
경영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부터는 심지어 경쟁관계에 있는 LCD 패널 외주 생산전문업체들과도 특허 공유계약을 맺어 갔다. 이는 장기계약으로 이뤄져 향후 10년간 무방비로 기술이 유출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결국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 등을 통한 성장보다는 하이디스의 기술을 이용, 기술유출과 함께 영업 확대만이 목적이었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실장은 “하이디스가 만든 패널은 이잉크사의 중국공장인 티오씨를 통해 모듈로 조립돼 납품됐다”며 “이 회사는 하이디스로부터 낮은 단가로 제품을 공급받아 개당 수익을 하이디스보다 훨씬 높게 챙겨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잉크사는 복잡한 지분구조를 통해 내부거래로 인한 이득을 숨겨왔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하이디스는 2012년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보다 35% 늘어나는 큰 성장을 했지만, 영업적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가 늘어났다.
하이디스 노조 배재형 지회장은 “하이디스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대만 외국 자본으로 만신창이가 됐다”면서 “먹튀가 뻔한 이런 정책을 정권이 바뀔때마다 추진해 왔다는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시는 이 땅에서 쌍용차 사태와 같은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이디스는 빠른 시일내에 경영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천=김동수기자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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