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쌍용차 우려’ 이천 하이디스서 권고사직 통보받은 정남일씨
“명절이 다가오는데 한 숨만 절로 나옵니다. 지난 수년간 힘들기는 했지만 이렇게 까지 절망적이진 않았는데…”
청춘의 피가 끓던 23세의 젊은 나이에 현대전자에 입사, 2000년께 LCD 사업부분이 분리돼 하이디스로 출범하기까지 17여년 동안 하이디스와 함께 동고동락해 온 정남일씨(40ㆍ전 하이디스 노조위원장).
지난 2003년 노조위원장에 당선돼 6년 이상 조합을 이끌었던 그는 하이디스와 함께 해 온 산증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1일, 면담이나 전화도 아닌 ‘문자‘로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이후, 회사 출근길이 천근만근이다.
현재 듬직한 아들 둘을 둔 어엿한 가장이 됐지만 자칫 평생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단 하루도 편하게 잔적이 없다.
우려 속 中떮대만 자본영입
‘기술ㆍ자본 먹튀’ 현실로
조합결성 정상화 힘썼지만
10여년간 하루도 편히 못자
대량해고 사태 직면 ‘최악’
그래도 ‘희망 끈’ 놓을 순 없어
정씨는 현대전자가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각광을 받던 지난 1997년 청운의 꿈을 품고 입사했다. 비록 반도체를 제외한 현대전자 사업 분야가 분리돼 나가면서 하이디스의 홀로서기가 시작됐지만 그 누구보다도 당찬 회사원이었다.
“2002년 비오이란 해외자본이 유입되면서 우려는 많았지만 당시 LCD 가격이 좋아 희망은 접지 않았다”면서 지난일을 더듬어 갔다.
그런 그가 비오이 중국 회사를 직접보고 난 이후 회의감을 가졌고 귀국과 동시, 조합원 결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고 회사는 결국 부도 이후 법정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그는 “당시 법정관리인과 수차례에 걸쳐 면담을 갖고 새로운 매각 대상자는 반드시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장장 83일간의 파업을 이끌어 갔다.
이후 인수의사를 밝힌 4개의 회사 중 대만계 이잉크사가 확정됐고 이잉크는 노조가 요구해 온 투자, 고용보장, 기술개발 등 일련의 사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잉크는 약속을 저버린 채 비오이와 마찬가지로 기술을 서둘러 빼갔고 결국 하이디스는 또다시 외국자본에 의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현재 300억~500억원대의 고가 장비가 설치돼 있는 5층 라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라인은 이미 대만공장에 들어서 생산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정남일씨는 이 같은 악조건에도 불구, 회사가 공중분해 되지 않고 되살아 날 것으로 믿고 있다.
“기술력이 있는 만큼,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지 못하더라도 유력 대기업으로의 매각 등을 통해 반드시 하이디스란 이름의 회사는 건재하리라 1천여명의 전직원들은 강한 믿음감을 갖고 있다”며 희망을 꿈꾸는 그의 어깨에서 왠지모를 쓸쓸함이 배여 나왔다.
이천=김동수기자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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