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검은 이상향 태백

삼척사람이 넘은 피재와 경상도 사람의 구문소 너머엔 정감록이 지목한 이상향 태백이 있었다. 실제로 1920년 먹골배기 길가에서 검은 돌덩이가 발견된 이후 이상향 태백은 현실화됐다. 팔도에서 모여든 광부들은 검은 돈을 파내며 국가와 가족 경제에 불가결한 꿈이 되었다. 바람부리 지나 고개를 넘자 이름도 낯선 통리, 쇠바우, 삼방동이 이어졌다. 적막을 깨는 이곳이 유일하게 채탄을 멈추지 않은 철암역 장성광업소다. 어떤 시원(始原)의 향수를 찾아 철길건너 선탄장까지 갔다가 쫓겨 나왔다. 삼방동 비탈길을 돌아 나와 인적 드문 철암시장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옥상에 오르다가 미끄러졌다. 이때 마주친 원 전파사 김형준님, 미소로 반기며 처음 보는 나그네를 받아들였다. 40년째 이곳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무쇠로 된 연탄 난롯가에서 회환의 이야기를 풀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