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가스와 의혹에 아직도 숨막히는 현장

삼성 불산폭탄 맞은 화성 동탄주민들 ‘멘붕’
반도체 인근 산부인과 외래환자 줄고 초등학교 개학일 늦춰… 후폭풍 확산

화성 동탄 주민들이 삼성전자발 불산 폭탄을 맞고 ‘멘붕’에 빠졌다.

반도체 공장 인근의 산부인과를 다니던 임산부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던 부모들은 다니던 곳을 옮기려 하고, 인근 초등학교는 개학일정을 연기하는 등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1㎞ 가량 밖에 떨어지지 않은 화성시 석우동 D산부인과는 29일 오전부터 병원 홈페이지에 불산확산 소문 등에 관한 수십개의 글들이 게재됐다.

‘병원을 옮기겠다’, ‘불안해서 다닐 수가 없다’ 등의 글들과 타 지역 다른 병원을 추천해 달라는 글들이 홈페이지를 도배했다.

이날 오후 2시께 병원에서 만난 C씨(36ㆍ여)는 “늦은 나이에 임신을 했는데 하필 인근에서 불산 사고가 터졌다”며 “남편과 상의해 병원을 옮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이곳을 찾은 외래환자 수는 평소보다 20%가량 줄었다.

인근 H대학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방문한 K씨(30ㆍ여)는 “무엇보다 배 안에 있는 태아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당분간 서울의 친정집에서 휴식하며 병원을 옮길 생각이다”고 말했다.

D산부인과는 “불산에 대한 임산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외래진료 취소 전화가 오늘 하루에만 10여통이 걸려 왔다”고 푸념했다.

이러한 불산 확산 공포는 어린이 시설에도 예외없이 나타났다.

화성시 석우동에 위치한 P 실내놀이시설에는 10여명의 아이들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이는 평소 30~40여명의 아이들로 붐비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동탄면에 위치한 A어린이집은 모든 야외 프로그램을 실내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며 혹시나 모를 아이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자칫 원생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는 개학일정을 연기했다. 사고 현장 인근 동탄신도시, 반월동 내 9개 초ㆍ중ㆍ고등학교 중 능동초는 30일로 예정된 개학일을 하루 늦췄다.

또한 31일 또는 다음달 초에 개학을 앞둔 동학초, 한마음초, 율목초, 석우초, 기산중, 능동중은 조사결과를 지켜본 뒤 개학일정 조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동탄으로 이사를 계획하던 사람들은 불안감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주를 고민하는 등으로 자칫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과 동탄1동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30일 갖기로 했다.

한편 경찰은 삼성전자와 협력업체인 STI서비스 등의 미흡한 대응 및 사후처리 부실 등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벌일 예정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양휘모기자 return77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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