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승 칼럼] Water Is Life

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손쉽게 사고 마실 수 있는 물이었지만 구멍가게 조차 보이지 않은 에티오피아 돌로아도 난민촌에서 물을 구하기란 어려워 보였습니다. 현지 직원들이 멀리까지 나가 생수를 사오고 나서야 뜨거운 햇살에 바싹 탔던 목을 축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1월,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돌로아도 긴급구호 사업장을 방문했습니다. 소말리아 국경과 인접한 이 곳은 소말리아 난민들이 난민촌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을 비롯한 수많은 NGO들은 난민들을 위한 캠프를 짓고 교육과 식수, 생필품 등을 제공하며 이들의 생계와 안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계속되는 가뭄과 무정부 상태인 소말리아의 상황은 난민들에게 희망을 말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조차 들었습니다.

2013년은 UN이 지정한 물의 해입니다. 과거에도 물이 부족했던 아프리카는 여전히 깨끗한 물이 부족합니다. 에티오피아 돌로아도에서 지냈던 숙소에는 물탱크에 물을 모아두기는 했지만 말끔하고 시원하게 샤워나 머리를 감는 것은 사치이고 다음 사람을 위해 최소한의 물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만도 아프리카에서는 감사한 일입니다. UN에 따르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은 하루 20~50ℓ라고 합니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마실 물을 포함한 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상에는 20초마다 아동 한 명이 더러운 물과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UN은 특별히 물의 해를 정하여 식수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생명들을 향한 전 세계인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며 월드비전을 비롯한 NGO들이 끊임없이 아프리카의 식수와 위생 개선을 위하여 일하는 것입니다.

에티오피아 돌로아도에 난민들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지기 전, 마실 물이 턱없이 부족해 더러운 물을 마셔야 했던 아이들은 설사병, 아메바 등의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또한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 명이 모여 사는 난민촌에 화장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대소변은 곳곳에 버려져 있었고,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의 찢어진 발 사이로 병균들이 속속들이 침투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NGO들의 지원이 속속 도착하면서 난민들의 삶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난민촌 곳곳에 화장실을 설치해 아이들과 주민들의 위생적인 생활을 도왔습니다. 또한 난민들은 바람과 동물들에게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텐트, 마실 물과 먹을 것 등을 조금이나마 삶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월드비전은 이렇게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도움에서 더 나아가 난민 촌 내 학교 건설, 재봉 기술 교육 등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도움을 주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난민촌에도 또 그곳의 아이들의 삶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는 우리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고작 2주 남짓, 현장에 머물렀던 제가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웃들의 고통을 감히 미루어 짐작하여 알 수 있다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월드비전을 비롯한 많은 NGO 그리고 그 일에 기꺼이 동참해 주는 후원자들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아가도 보았고, 고달픈 삶이지만 재봉 기술을 배우며 조심스럽게 내일을 꿈꾸는 당찬 여인들의 눈빛도 보았고, 깨끗한 물과 식량을 제공받아 이제 더 이상 가족을 굶기지 않아도 되는 가장도 보았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지만 또한 변화의 기적을 목격할 수 있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순간순간 속에서 우리는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깨끗한 샘물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뿐 아니라 마음속에 사랑의 샘을 만듭니다. 2013년 물의 해, 잠시만이라도 물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 아이들을 생각하며 작은 것이라도 그 아이들을 위한 일에 동참하는 손길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저는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가슴 벅찬 그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양호승 한국월드비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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