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여행을 가거나 잠을 자거나 울거나 혹은 멘토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그런데 우리가 믿고 따르는 멘토들은 누구에게 위로받고 누구에게 기댈까.
혜민 스님, 이해인 수녀, 이철수 화백, 김선우 시인, 윤구병 보리출판사 대표, 문순태 소설가 등 많은 이들이 종교, 나이,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법정 스님과의 소중한 인연을 갖고 있다.
‘무소유’로 대변되는 법정 스님의 글과 또는 만남을 통해 지혜를 얻고, 그 지혜를 힘 삼아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18명의 이야기가 담긴 ‘가슴이 부르는 만남’(불광출판사刊ㆍ변택주 著)이 출간됐다.
예쁜 시로 우리에게 기쁨을 보내는 이해인 수녀는 법정 스님이 글과 만남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마다 물꼬를 터 줘서 든든했다고 기억한다. 유명세 때문에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때는 스님이 농담으로 미소를 되찾아 주기도 했다.
이해인 수녀는 “사람이 아프면 그 사람만 아픈 게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친분 농도만큼 아프다”는 법정 스님 글을 가슴에 새기고서, 암에 걸려 몸이 고달플 텐데도 자기를 찾아오는 이들을 정성껏 만나 오늘도 기쁨을 나누고 있다.
또 중학생 시절 ‘무소유’를 읽고서 영혼의 울림을 느낀 혜민 스님은 법정 스님 책이라면 모조리 사서 읽은 열혈 독자였다. 미국에 유학 갈 때도 스님 책 ‘새들이 날아간 숲은 적막하다’를 챙겨 가서 삶이 고달플 때마다 꺼내 읽었다. 출가 후 미국에서 고대하던 법정 스님을 뵙고 자주 모신 혜민 스님은, 법정 스님이 승려가 글을 쓰는 문화를 만드셨기에 오늘의 자기도 있을 수 있었다면서 법정 스님을 인자한 할아버지로 기억한다.
청매실농원 대표 홍쌍리 선생은 법정 스님을 만나 삶이 180도 달라졌다. 남편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밤이면 시아버지 산소에서 수건을 입에 물고 울던 시절, 산에 매화나무를 심어 “도시 사람들 마음 찌꺼기 버리고 갈 수 있는 천국을 만들어 보라”는 스님 말씀에 눈이 뜨여 “스님, 내 할게요.” 약속하고는 법정 스님을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서른일곱 해 한길을 걸어왔다. 그 걸음이 모여 청매실농원이라는 매화 천국이 됐고, 홍쌍리 선생은 대한민국식품명인 14호로 지정됐다.
기업경영코치로 활동 중인 저자 변택주는 법정 스님이 길상사에서 법회할 때 12년 정도 사회를 맡은 인연이 있어 지난 2년 동안 ‘법정 나를 물들이다’에 이어 법정 스님 관련 책 집필에만 몰두했다. 1만5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