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이 먼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내걸었다. 그러자 그 옆집은 다소곳하게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했다. 이만만 해도 점잖다. 그런데 더 들어가니 진짜 강적이 있다. ‘이 골목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는 문구를 내건 집!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대한민국과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며 뻐기는 옆집들을 두고 자기 집은 그런 식당들이 있는 이 골목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 해 버린 것이니….
‘맛있는 집’임을 홍보하는 건 관광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관광지의 식당들엔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내걸려 있다.
‘kbs 00에서 방영된 집’ / ‘mbc 000에서 소개된 집’ / ‘sbs 0000 팀이 찾아온 집’.
거기에 대고도 촌철살인을 하는 집이 있으니, ‘방송에 한번도 안 나온 집’이라는 문구를 식당 문 앞에 내건 집!
모르긴 몰라도 식객들의 발길은 ‘이 골목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나 ‘방송에 한번도 안 나온 집’이라는 식당으로 향할 것이다.
말이 홍수를 이룬다. 식당처럼 음식 솜씨를 자랑하는 곳뿐만이 아니라 개인 생활에서도 말의 물이 넘친다. 번지르르한 말에, 안 해도 되는 말이 장마철의 범람 수준이다.
‘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 말에 일일이 참견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회의 같은 것을 할 때 자기 말만 하기 위해 수시로 ‘잠깐만요!’를 외친다. 그런데 그는 결코 ‘잠깐만’을 지키지 않는다. 그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말을 독점한다. 그런 사람들은 곁에 있는 사람이나 구성원들에게 상처를 주는지도 모른다.
옛날에 인디언들은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개성이나 환경을 그 사람 이름으로 많이 불렀다. 아이가 자라면서 나무와 사슴을 좋아하면 ‘숲에서 온 사슴’, 바람이 많이 부는 골짜기에서 태어났으면 ‘바람의 속살’ 같은 이름말이다.
그런 인디언들 앞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는 말을 장황하게 했다고 한다. 인디언 마을에 처음 간 사람은 인디언들에게 자신의 이름부터 하는 일까지 자세하게 일렀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인디언 가운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이제 당신의 이름은 ‘말이 너무 많아’가 되겠습니다.”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일단 만나면 그 사람의 분위기와 그 사람을 맞이하는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운이 있단다. 인디언들은 그 기운을 느끼면 바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고 한다. 그들은 그게 바로 소개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말로 장황하게 자신을 소개했으니, 인디언들이 질겁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음식을 팔아야 하는 식당뿐만 아니라 개인 간의 사이에서도 말이 너무 넘친다. 이래서 ‘말 못하고 죽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속담도 생겼을 것이다. 예로부터 입 달린 사람은 누가 들어주든 말든 자기 할 말만 하였다는 얘기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오히려 말을 적게 할수록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절집에서도 ‘묵언(默言)’ 수행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오로지 말로써 다 이루려고 하는 사람들은 허풍을 치게 된다.
물건이 가진 실체보다 훨씬 더 부풀려서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마케팅 기법이라지만 먹는 것에서까지 ‘허풍’을 치는 건 좀 아니다. 그래서 조상들이 ‘말이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고 했겠지!
박 상 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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