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단상]좋은 행정가와 정치인을 만들어 주자

필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군수가 되고자 결심했다. 군수가 되어서 한 마을을 잘 발전시키고 다른 지역들이 이를 벤치마킹하여 지역 발전을 꾀하면 종국에는 대한민국 전체가 발전된 국가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더니 공무원이 되었고, 운이 좋아 과천시장에 당선되어 3선까지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선출직 시장은 정치인이라기보다 행정가라고 하지만, 공직에 입문하여 정통관료로서 또 미숙한 정치인으로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있으니 참 행복하다. 그런데 요즘 공무원이나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좋은 편이 아니라기보다 국민들로부터 비난 대상의 중심에 서 있다.

물론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전체 공무원과 정치인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나 자신부터 참 부끄럽고 주민분들 볼 낯이 없다. 반성하고 절차탁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행정가와 정치인 자신들에게 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 독직 사건, 막말하고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는 저급한 정치 행태가 지속되는 한 주민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공직자가 될 수 없다.

‘넥스트 코리아’의 저자 김택환 교수는 “나치즘, 공산주의, 방임적 자본주의를 경험하면서 독일이 역사적으로 얻은 교훈은 정치는 일류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많은 독일 정치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일류가 행정과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훌륭한 사람들이 행정가, 정치가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한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제의해 본다. 2013년 새해 첫날에 가까이 지내는 분들과 부부동반으로 영화 ‘타워’를 관람했다. 스릴 넘치는 영화로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참 찜찜하고 불쾌한 장면들이 있었다. 하나는 화재가 나서 소방대원들이 헌신적으로 화재 진압을 하고 있는데 소방책임자가 지휘부에 나타나 첫 번째 한 말이 “화재 현장에 고립된 사람들 중 VIP 명단 내봐”였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요즘 책임자 중에 그렇게 말 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화재 진압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인명피해는 어는 정도인지? 등 조기 진압과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지시하는 것이 책임자의 근본자세이다. 꼭 이렇게 냉소적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또 한 장면은 헬리콥터가 옥상에 대피해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러 왔다. 기상악화로 더 이상 구조하러 오지 못할 마지막 헬리콥터를 많은 사람이 서로 타려고 애쓰고 있는데 구조대원들이 그 사람들을 비키게 하고 국회의원 부부가 먼저 타도록 한다. 그 국회의원 부부는 아무 거리낌 없이, 당연히 자기네들이 먼저 타야 하는 것처럼 애완견을 보물처럼 안고 탄다.

이렇게 정치인을 몰지각한 사람으로 꼭 묘사해야 하는가? 물론 그런 책임자나 정치인이 있기에, 또 그렇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영화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VIP보다 일반 국민을 더 소중히 여기는 행정 책임자, 자신의 안전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그려 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표현한다면, 설령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행동하는 행정가, 정치가에게는 무언의 교육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 익숙한 국민들 앞에서 누가 그런 파렴치한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훌륭하고 올바른 행정가, 정치가가 주류를 이룰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나의 이런 생각을 시청의 부서장 주례회의 때 전하면서 영화도 행정가, 정치인을 긍정적으로 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랬더니 회의 참석자 중 한 분이 “시장님 그렇게 영화 만들었다가는 관객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날 이후 간부직원의 얘기가 내 뇌리에서 맴도는 것은 왜 일까? 누굴 탓하기 전에 나부터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 

 

/여인국 과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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