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 부수려고 수십억 들여 샀나…”

환경부, 양수리 세미원 인근 모텔 철거에 성난 민심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주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환경부가 사들인 수십억원에 달하는 세미원 근처 모텔을 활용하는 대신 철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환경부와 주민들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010년 12월 두물머리 등 남한강 주변 수변구역 오염원 입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 507의 26에 들어선 모텔(대지 3천217㎡, 연면적 4천103㎡, 지하 1층, 지상 5층)을 57억원(토지 32억원, 건물 25억원)에 매수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최근 수변구역 매수 토지 생태계 복원을 담당하는 환경보전협회에 위탁, 포크레인 등을 동원해 철거에 나서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멀쩡한 건물을 철거하지 말고 ‘물과 꽃의 정원’을 주제로 조성된 세미원과 연계, ‘환경문화관’으로 활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세미원과 협의해 이 모텔 부지에 환경전시관, 환경교육장, 세미나실, 환경체험장 조성을 추진하고 나섰다.

손기용 한강지키기운동본부 양평지역 대표(57)는 “멀쩡한 건물을 철거해 나무를 심는 건 주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모텔을 리모델링한 뒤 세미원과 연계한 환경학습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환경부가 주민들에게 늘 강조해 온 ‘상생’의 원칙을 이번에는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매수 건물은 철거가 원칙이며 건물을 존치하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요구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많다”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피톤치드 체험공간’으로 조성키로 하고 세미원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그동안 수변구역 토지매수의 일환으로 지난 2000년 대형 건설사들이 추진하던 18개동 1천594가구 규모 아파트 예정부지를 496억원에 매수하는 등 팔당호 인근 개발을 사전에 차단해왔다. 이와 함께 지난 2006년 12월 68억원을 들여 매수한 두물머리 건너편 아리아호텔은 경기도의 요구로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2008년 6월부터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 청사로 활용되고 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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