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김정행 대한체육회 신임회장 선수ㆍ지도자ㆍ행정가로 '60년 내공'…“‘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체육 발전을 이끌어 것”
제38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이에리사(59) 의원에 3표차 승리를 거두며 국가대표 출신으로는 첫 ‘체육계 수장’의 자리에 오른 김정행 대한체육회 신임회장을 지난 24일 오후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국내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단독으로 인터뷰를 했다. 지난 34대와 36대 회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두 번의 고배를 마셨던 김 신임회장은 “대한체육회장으로서 펼쳐보고 싶었던 것들이 참 많았다”는 말로 향후 5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향후 체육회의 운영 방안과 비전, 포부에 대해 거침없이 쏟아내는 모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섞인 카랑카랑한 그의 목소리에서는 강한 자신감과 함께 체육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묻어 나왔다. 유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17년간의 경기도체육회 부회장과 6선에 걸친 대한유도회장, 16년간의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선수와 지도자, 체육 행정가 등을 두루 거치며 ‘산전수전’을 겪는 동안 축적한 내공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소통과 화합, 체육계의 재정 자립 기반 구축, 스포츠 강국의 위상 확립, 지방체육 행정 강화’ 등에 대해 강조했다.
오는 2017년 2월까지 5년간 한국 체육을 이끌게 된 ‘체육 대통령’ 김정행 신임회장으로부터 향후 계획과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3수 끝에 체육인으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소감은.
기쁘다는 말 이외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웃음) 우선,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대한체육회 회장에 당선돼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우리나라도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만큼 이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 분야의 수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수에서 시작해 지방체육회와 중앙경기단체,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 전반을 두루 경험하면서 각 부문의 애로사항 등 체육계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또 그것에 대한 해결 방법 또한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다 년간에 걸친 경험을 되살려 그동안 펼쳐보고자 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리사 의원과 3표차의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선거 과정은 공정했다고 보는가.
사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여유있게 당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생각보다 표차가 나지 않았다. 두 번의 낙선을 경험했던 만큼 끝까지 마음을 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오랜 경륜을 갖춘 내가 조금이라도 체육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선거 결과에 반영됐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는 선거가 끝났으므로 체육계의 ‘소통과 화합’을 이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함께 참여하고, 의견을 나누며 함께 체육발전을 위해 나갈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 이에리사 의원을 지지했던 체육인들의 목표 또한 결국은 ‘한국 체육의 발전’ 아니겠는가. 나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능력있는 사람들을 중용해 배치하고, 함께 힘을 합쳐 체육 발전을 도모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체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뭐니뭐니 해도 활발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투자 없이 체육 발전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활발한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가 재정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것을 위해 꼭 선행돼야 하는 것이 바로 대한체육회가 스포츠토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독일 등의 선진국의 경우, 스포츠 토토 운영 등 자체 사업 운영을 통해 재정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만약, 전체를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면 일부만이라도 맡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에 당위성을 설명하고, 꾸준히 설득해 나갈 계획이다. 체육인 교육센터를 건립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체육 발전의 원동력은 우수한 지도자들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시 교육을 통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체육계의 폭력(성폭력) 문제 등을 예방하고, 우수한 자질과 인성 등을 두루 갖춘 지도자들을 양성해 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중단된 남북 체육교류 재개 등에 대한 의견은.
체육을 통해 남북의 진정한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형식’이 아니라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서로 몸을 부딪히며 소통할 기회도 없이, 각종 대회 입장식 등에서 같이 손잡고 입장하고, 단일팀으로 한반도기를 앞세운다고 해서 화합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의 체육인들이 함께 얼굴을 맞대고, 자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남북 체육인들의 진정한 소통을 도모하기 위해 종목별 교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국제유도연맹 회장으로부터 북한과의 유도 교류를 제안받은 상태다. 앞으로 남북 체육교류의 정례화 추진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소통을 확대해 나가겠다.
-선거기간 지방체육 행정강화에 대해서도 강조한 것으로 아는데.
엘리트 체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교체육 강화가 핵심인데, 학교체육 발전의 근간은 바로 지방체육이 담당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체육행정의 상당 부분이 중앙에 치중돼 있고, 관심이 일부 인기종목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앙 언론에서도 학교체육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한 보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종목들이 관심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과의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 지방체육의 애로사항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지방 체육인들이 상임이사를 맡을 수 있도록 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 종목별 세계대회의 활발한 유치 지원을 통해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 스포츠 위상 강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한국이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스포츠 외교’와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일이다. 우선, 스포츠 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독도 세리머니’로 빼앗긴 박종우의 동메달을 다시 찾아 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스포츠외교의 힘이다.
외교력을 갖춘 인사들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영향력 있는 IOC 위원 등 국제 스포츠계 인물들과 꾸준히 접촉을 통해 외교력을 강화해 나가겠다. 또 엘리트 체육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로지 ‘훈련’밖에 없다.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한편 능력있는 외국인 지도자를 적극 초빙해 과학적인 선진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
-체육계 수장으로써 체육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체육 발전은 결코 체육인들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이 뒷받침 돼야 한다. 60년 가까이 체육인으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아쉬움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너무 빠른 변화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한국 체육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겠다. 체육에 대한 국민과 체육인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2hwangpo@kyeonggi.com
정리=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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