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혁신이론가인 SRI인터내셔널의 커티스 칼슨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현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중구난방 그러나, 그 날 선 목소리가 지혜로운 발전을 이루는 근간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뜬금없이 왜 경영혁신 주장을 설명하나.
최근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이하 도지회)의 긍정적인 변화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혁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힘을 실어주는 데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급격한 마을 해체와 새로운 도시 형성에 경기도 31개 시ㆍ군 문화원은 제 자리를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각 지역 특유의 전통적 문화 정체성을 전승하고 새로운 문화정책을 제시했던 지방문화원은 현대식 문화예술기관과 문화재단 등에 그 역할을 내줬다.
문화원의 존재 이유는 희미해졌고, 찾는 사람 역시 줄었다. 기존의 대표적인 문화 사업으로 그 명맥만 유지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숨만 간당간당 붙어 있던 도내 지방 문화원들의 심장이 다시 펄떡펄떡 뛰기 시작했다.
도지회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하는가’라는 반복적인 자문(自問)을 통해 반성하고 지방문화원에 손을 내민 것이 힘이 됐다.
“도지회는 각 지방 문화원이 개별적으로 만들어진 후, 필요에 의해 조직됐다. 단체 설립 목적이 밑에서 요구하는 것을 모아 수행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지방 문화원의 활성화를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에 도지회는 각 지방 문화원 소통의 구심체로서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의 극대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사업 방침을 세웠다.”
2012년 추대받은 정상종 도지회장의 말이다.
이처럼 도지회는 스스로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지방 문화원으로까지 역동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기존의 4개 책 발간 사업에 2개 문화 행사를 주최했던 도지회의 사업을 분석, 이를 세분화하고 추가 확대해 재배치했다.
그 중심에 ‘네트워킹 사업’을 세웠다.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실효성을 지닌 각 문화원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2011~2013년 3개년에 걸친 네트워킹 사업 계획에 따라, 첫 해 경기도 문화원위상제고 및 역할강화를 위한 문화욕구수요조사업을 벌였다.
기존의 학자와 전문가(제3자일 수 밖에 없는)의 공허한 주장 대신, 각 문화원에서 근무하는 실무진들의 현실적 요구를 수렴한 것이다. 이는 각 지역의 다름을 인정하며 맞춤형 발전 방향을 세우는 초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조직과 법제의 시스템화’ㆍ‘문화예술교육’ㆍ‘축제와 문화사업’ㆍ‘향토문화네트워크 구축’ 등 4개 키워드를 뽑았다.
네트워킹 사업 2차년도인 2012년에 지방문화원의 원장과 사무국장 등이 참여한 4개 분과의 TF팀을 꾸려 구체적인 의제를 도출했다.
드디어 2013년,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밑에서부터 올라온 문화원 중장기 발전방향을 수립하게 된다. 모두 공감하는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도지회는 또 이 네트워킹 사업과 연계해 ▲정책사업 ▲향토자료발굴조사연구사업 ▲향토문화 보급, 활성화 사업을 각각 추진했다.
정책사업은 문화원형 토론회와 문화원발전방향을 위한 토론회로 구성, 문화원 사업의 의미와 추진 방침을 모색했다.
실제로 2011년 도내 문화원형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는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데 합의, 2012년에는 이 콘텐츠를 구체적인 사업 형태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논의했다. 의정부의 의순공주와 하남의 도미설화를 공연 콘텐츠로 개발한 것이 그 예다.
향토자료발굴조사연구사업은 문화원 본연의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선 지역의 음악분야 인물부터 발굴조사, <경기조사> 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앞으로 시대별 음악계 흐름과 장르별 인물을 조명하는 책을 발간할 예정이며, 건축과 미술 등 타장르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기조사>
또 향토문화보급 및 활성화 사업은 도지회가 지방문화원의 협업을 토대로 행사와 교육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광역단위에서의 효과적인 보급창구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제9회 경기도청소년민속예술제’ㆍ‘다문화가정을 위한 전통문화예술체험’ㆍ‘예절교육 사업’ 등이다. 이 중 예절교육 사업은 도지회가 공식 교육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앞장선 것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각 사업의 성과보다 주목할 것은 이 모든 사업이 도지회의 단독 사업이 아니라 긴밀한 지방문화원 네트워크를 토대로 한 연계사업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도지회의 전체 사업 11개에 협력문화원이 20여개에 달한다. 이들이 가진 회의만도 연간 70회 이상이다.
‘왜’라고 시큰둥하게 반문했던 지방문화원은 이제 스스로 협업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상생 발전을 도목하고 있다.
의례적 사업 수행에서 탈피하고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 도지회의 노력이 가져온 변화다.
정상종 도지회장은 “도지회의 각 사업은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원의 존재 이유와 임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하나의 사업”이라며 “이를 기본 방침으로 세우고 문화원간 연결고리가 되자 자연스럽게 지방문화원도 각각의 정체성과 임무를 고민하고 명확해지는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한다.
또 “지방문화원의 역할과 과업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유동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엇을 왜 해야하는가’라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 일을 자주 반복해야 한다”며 “도지회는 각 문화원이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광역 단위 차원에서 연계해 문화적 흐름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도내 31개 문화원이 장기간 함께 고민한 발전방향을 구체화하고 이를 현실에서 풀어내는 일이 남았다.
도지회의 존재 이유가 분명해지고 역할이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인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주도했던 도지회를 주목하는 이유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경기문화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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