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성공스토리] 정연옥 (주)한양능력개발원 대표

직업훈련 취업길 개척 ‘동분서주’
‘천상 여자’에서 지역민의 ‘고용창출’ 이끄는 사업가 변신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어온 사람에게는 남다른 향기가 있다고 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과 열정, 고집이 고스란히 상대에게 전해져서인지도 모른다.

고양시 일산 서구 주엽동에서 15년째 직업교육훈련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정연옥(56)  ㈜한양능력개발원 대표에게서 그런 향기가 묻어났다. 작고 단아한 얼굴은 버드나무처럼 부드러웠지만 일과 직원들에 대해 얘기할 때는 철심이 있는 듯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좋은 아내·좋은 엄마, 좋은 사업가로 새로운 도전

㈜한양능력개발원은 실직자와 재직자의 직업훈련과 창업지원교육을 실시하는 전문교육원이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경기도, 고양시, 소상공인진흥원 등과 연계해 전문 직업 훈련 교육과정을 개설, 창업교육은 물론 이탈주민 직업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전문훈련기관이라는 타이틀에 그의 이력이 궁금했다.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에 “책임감과 일에 대한 즐거움으로 하다보니 일이 커졌다”는 의외로 담담한 답변이 돌아왔다.

정 대표는 대학서 가정학을 전공한 천상 여자였다. 공무원인 남편을 내조하며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10여 년을 살았다. 전공을 살려(?) 현모양처를 꿈꿨던 그가 도내서 손꼽히는 교육기관의 대표가 되기까지 걸어 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사업 시작은 의외로 단순했다.

“어느날 수업을 마친 아들을 데리러 학교에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그러더구요. 엄마는 왜 집에만 있냐고.”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사는 게 여자로서 가장 큰 행복’ 이라는 생각이 열 살 남짓한 아들의 무심코 던진 질문에 깨지는 순간이었다. 충격을 받은 정 대표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1994년, 유학을 떠난 남편과 미국서 살면서 배운 영어실력을 밑천 삼아 국내 한 교육방송에서 영어 강사들을 관리·지도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5년 정도 일을 하다보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한 일을 한다는 게 재미있고 욕심이 났어요. 직접 학원을 설립해 운영해 보고 싶었죠. 1999년 교육 관련 학원을 설립했습니다. 현재 ㈜한양능력개발원의 모태죠.”

대학 졸업하고 사회생활이라고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그였지만, 일을 한다는 게 무조건 좋았다고 한다. 주위에서 “남편이 고위 공무원인데 뭣 하러 이런 일을 하느냐”, “사장으로만 앉아 있어라” 등 걱정하는 소리가 많았지만 그럴수록 ‘열심히 할 수 있는데, 나를 약하게만 보는구나’ 하는 생각에 오히려 힘이 났다고 한다.

노동부 영업제한에 적자행진… 2년6개월간 ‘절치부심’

정 대표의 이야기를 빌자면 ‘뭣도 모르고’ 시작해 오기로 불씨를 지핀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정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교육기관에서 훈련을 받고 취업이라는 희망을 잡은 사람들을 보며 행복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깐, 이내 고비가 찾아왔다.

2006년 2월, 학생의 민원으로 당시 노동부 감사를 받게 됐고, 2년 6개월 동안 노동부로부터 교육과정을 승인 받을 수 없는 영업제한에 들어갔다. 노동부와 연계하는 교육개설 과정에서 승인을 받을 수 없는 건 곧 ‘문 닫아라’는 소리와도 같았다. 고집대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다보니 ‘적자의 연속’이었다.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취업을 하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 나서는 것에 보람을 느꼈어요. 돈을 못버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대신 사람을 얻었죠.”

정 대표는 2년 6개월 간의 영업제한이 끝나고 절치부심한 끝에 다시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결과는 달콤했다. 교육원이 흑자로 돌아섰다. 정 대표의 뚝심과 추진력이 제대로 먹혀들어간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전문교육기관들은 노동부와 연계해 직업능력계좌제, 국비훈련 등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발굴하는데 집중했다.

“취업난으로 다들 힘들어하던 시기였어요. 취업교육전문기관의 역할로 새로운 취업 동력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경기도, 고양시, 소상공인진흥원 등과 연계해 교육과 컨설팅 과정 등을 개설했습니다.”

정 대표는 2010년 경기북부지역에서 유일하게 실전 창업, 여성 전문 창업 등 창업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했고 이 해 모범여성 경제인으로 선정돼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표창까지 받았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소상공인 창업학교로도 지정됐다.

북한 이탈주민·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 지원 발벗고 나서

정 대표는 어려운 이웃에게도 눈을 돌렸다. 소외계층, 북한이탈주민 취업전문 과정반도 개설해 일반적인 교육전문기관에서 탈피해 소외계층 마저도 보듬는 사업으로 확장했다. 2011년 2월에는 현재의 주식회사로 설립해 이듬해인 20012년에는 고양시 전문교육기관 중 취업률 1위, 평가 1위의 성적을 거뒀다. ‘문 닫을 곳’에서 ‘1위’의 교육전문기관으로 그야말로 개과천선한 것이다.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었다”는 정 대표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발굴하기 위해 1년에 2~3차례 해외에 나가 영감을 얻었다. 이렇게 발굴된 교육과정은 올해 새로 개설된 ‘제과&차’, ‘제빵&샐러드바’, ‘국수&샐러드바’의 창업 교육반이다. 제과·제빵은 흔한 방식으로 새로움 없이는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안된다는 판단에 변형과 퓨전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냈다.

현재 12명의 직원과 시간강사 수십명을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지난해 경기침체로 부진했던 사업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연초부터 강행군 하고 있다. 부지런히 뛰어다닌 결과 벌써 승인 받은 교육과정만도 소상공인 창업 10개, 경기도 무료 교육생 취업힐링캠프 1건, 노동부 교육 6개 과정에 이른다. 지난 해에는 한 반에 20명도 채우기 힘들었지만, 올해는 벌써 한 교육과정에 30명의 학생들이 신청할 정도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정 대표는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쓰고 있다. 사업도 그렇지만 소외 이웃을 위한 일에도 발벗고 나서기에 하루 24시간이 너무나 짧다. 지난해에는 한 복지재단이 주최하는 북한 이탈주민 및 장애인을 지원 행사에 전 직원이 함께 참여하고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다양하면서도 지속적인 봉사를 위해 지역내 문촌사회복지관과 업무 협약을 체결, 지역복지발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7년에는 한국여성기업인협회 경기지회 감사를 맡아 여성기업인들의 경영 증진을 위해 활동 영역을 넓혔고, 현재는 이사로 기업 평가위원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한번도 내려 놓지 않은 역할이 있다. 바로 아내와 엄마라는 역할이다. 내조를 잘해서인지 남편과 아들 역시 외조를 해주며 많이 도와 준단다. 정 대표는 “힘들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좋다고 하면서 응원해 주고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등도 밀어준다”며 은근히 자랑한다.

평범한 주부에서 파란만장했던 교육전문기관 대표, 그리고 이제는 ‘일자리 창출’ 이라는 공익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정 대표는 “연 매출 몇 억,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대신 “뿌듯함과 보람, 여기서 나오는 재미로 시작한 일인만큼 지역인 고양과 파주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민을 위해 지역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강한 바람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시대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국내외에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바람에 발맞춰 교육과정을 특화한 것도 그 이유다. 2010년부터 ‘DMZ(비무장지대) 관광통역반’을 개설한 게 대표적 사례다.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 순간 고민하면서도 공익을 위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현재 사회적기업으로의 변모도 추진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것 만큼 좋은 사업은 없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한 정 대표는 “창업과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어떤 것’을 찾아야 한다”며 분주히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글 _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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