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계의 금융질서가 여전히 문란하다. 모든 게 변한 것 같지만 변한 건 별로 없다. 인천 부평에 본점을 둔 신라저축은행이 지각없이 각종 비리를 다반사로 저질러 퇴출을 앞두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황의수 부장검사)는 최근 신라저축은행 부평본점과 서울 삼성동 지점을 압수 수색한 결과 두 차례에 걸쳐 재일교포 출신 대주주의 자녀 등에게 수십억원을 불법 대출해준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대주주에 대한 불법 대출 및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위반 등 경영진의 비리 혐의도 확인 중이다. 빈틈없는 수사로 비리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신라저축은행은 부평 본점과 서울·경기 등에 7개 지점을 두고 영업해왔으며, 총자산이 1조5천553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1년 5.93%이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9월 말엔 -6.06%로 급락, 금융당국의 지도기준(1%)를 밑돌아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다.
대주주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상호신용금고 때처럼 저축은행을 개인금고로 여기고 방만한 운영을 한 결과다. 환란 당시 퇴출된 수많은 상호신용금고들이 거의 이런 이유로 문을 닫았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은 나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명칭만 ‘저축은행’으로 바꿨을 뿐 경영방식은 옛날과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호신용금고 때처럼 대주주 金庫化
‘저축은행’ 명칭만 변경, 비리 다반사
퇴출 전, 예금주 불안 해소책 세워야
특히 신라저축은행은 당국과 예금주를 속이는 졸렬한 꼼수도 부렸다. 재정 건전성 판단 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고 임·직원 등 명의를 도용, 후순위채권 수십억원 어치를 판매한 것처럼 꾸몄다.
검찰은 특히 신라저축은행이 다른 은행과 달리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 보다 주로 대부업체에 거액을 대출, 수익을 올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용등급보다 더 많은 돈을 대출해주면서 대가성 금품이 오간 흔적은 없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저축은행 부실경영엔 감독기관의 책임도 크다. 신라저축은행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예금보험공사는 뭘 하고 있었는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검찰이 압수 수색한 당일인 지난 1월15일 신라저축은행의 영업을 정지시키려 했으나 은행 측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 일단 영업정지는 면했었다.
하지만 이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오는 12일 께 영업정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우선 예금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부산저축은행 등 1차 구조조정 때 피해자들의 처절한 모습을 본 예금자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퇴출 전, 예금인출 사태 등 혼란 방지책을 세우고 예금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호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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