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불황에 현대판 장발장 판쳐

‘생계형 도둑’… 공중화장실 화장지까지 눈독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한 상가건물(4층) 관리인은 요즘 들어 골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화장실에 비치해 놓은 휴지가 하루가 멀다하고 없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지나쳤지만 건물을 찾는 손님들의 불평이 잇따르자 결국 입점가게들과 함께 수시로 화장실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관리인 P씨(51)는 “요즘들어 화장실 안에 휴지나 비누 등이 자주 없어진다”며 “이번 주 들어 벌써 3번째”라고 푸념했다.

이와 함께 성남시 분당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S씨(45)도 손님들의 항의에 정신이 없다. 손님들이 몰리는 시간 대에 종종 신발장에 벗어논 신발들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힘들다지만…

좀도둑 들끓어 상가들 비상

음식점 신발도 분실 늘고

파출소 인근 복권방도 털려

바빠진 경찰 “가난이 罪”

S씨는 “예전 IMF때나 많이 발생했던 일이 재현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경찰서 역시 이러한 좀도둑들의 등장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안성 공도읍 과일가게 앞을 지나던 L씨(40)가 가게 앞에 진열된 포도송이를 절취하던 중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L씨는 지난 2월 초부터 해당 일까지 총 5회에 걸쳐 3만원 상당의 포도 6송이를 훔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앞선 지난달 22일 수원 지동시장 내 슈퍼마켓에서 7천원 상당의 커피를 훔친 P씨(46)가 경찰에 붙잡혔으며 하루 전인 21일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의류매장 앞을 지나가던 C씨(59)가 노상에 진열된 19만원 상당의 점포를 훔치다 적발됐다.

이처럼 최근 경기지역 일대에서 장기 불황여파에 따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늘어나며 생필품을 대상으로 절도행각을 벌이는 이른바 ‘좀도둑’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는 파출소 바로 옆에서도 좀도둑의 기승은 꺾이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고등파출소에서 불과 5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복권방에서 괴한이 유리창을 깨고 침입, 담배와 현금 등 64만원을 절취하고 도주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된 탓인지 생필품과 관련된 좀도둑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순찰강화 등을 통해 범죄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휘모기자 return77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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