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신비 고스란히, 시간이 멈춘 계곡 '한탄강 팔경'

포천시 한탄강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국가문화재를 보유한 단일 지역 하천이다.

한탄강은 북한의 강원 평강군에서 발원해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파주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경기북부의 젖줄로 전체 136㎞ 가운데 40여㎞가 포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 하천으로 국내 최다인 5개소의 국가문화재 등재 지역이다.

포천시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지질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한탄강에 주목해 세계적인 지질생태 경관지구로 활용해 나가고 있다.

포천시는 한탄강 일원이 2009년부터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해제된 후 자체 및 문헌 조사를 실시했으며 2010년 전문기관의 정밀조사 등을 거쳐 2011년 3월 향토 경승지인 ‘포천 한탄강 팔경’을 지정하는 등 포천 한탄강의 보존과 활용방안에 대해 노력해왔다.

또 한탄강의 명소 비둘기낭 폭포와 화적연 등을 천연기념물과 명승으로 지정을 추진했다. 그 결과 포천 한탄강 팔경 8개소 중 5곳이 천연기념물과 명승으로 지정됐다.

제1경인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협곡’으로 협곡 양안과 하천 바닥이 현무암으로 이뤄진 지질 특성으로 천연기념물 제436호로 지정됐고, 제3경인 ‘화적연’은 거대한 화강암 바위와 한탄강 강물이 어우러진 뛰어난 경치로 경기북부 최초로 명승으로 지정됐다.

제4경인 ‘멍우리 주상절리 협곡’은 4㎞의 주상절리 협곡이 감입곡류하며 흘러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제6경 비둘기낭 폭포는 한탄강 최고의 침식하천과 하식동굴이 지질학적으로 뛰어나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지정됐다. 마지막 제8경 ‘아우라지 베게용암’은 국내 육상에서 처음 발견된 베게용암으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542호로 지정됐다.

포천이 자랑하는 한탄강 팔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포천 한탄강 8경>

▲제1경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 협곡

포천시 관인면 냉정리에 위치한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 협곡은 경관이 수려하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천연기념물 제436호로 지정됐다. 대교천은 한탄강의 지류로 계곡이 좁고 깊어서 협곡이라고 하며 총 길이는 1.5㎞이다.

협곡은 굴삭작용 및 마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폭 25m~40m, 높이는 30여m에 이르는 하상지형으로 다양한 주상절리가 발달해 있고 현무암 평원이 유수에 의해 형성된 여러 형태의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협곡의 양쪽 벽은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 수평 방향으로 쪼개진 판상절리, 부채꼴 모양의 방사상절리 등 여러 절리가 발달돼 있다.

▲제2경 샘소

포천시 관인면 냉정리에 있는 샘소는 사계절 수량이 변하지 않는 유명한 샘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샘소 인근은 1경인 현무암 협곡과 가까워 주상절리가 잘 발달돼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샘소 인근에는 궁예와 관련된 자원들이 분포하는데, 왕제(왕제탄 또는 왕제여울)라 불리는 곳은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어 도망을 가다 하늘에 제사를 지낸 작은 못이라고 전해 내려온다. 왕제 아래에는 ‘말등소’라는 소가 있는데, 궁예가 왕건에게 쫓길 당시 말을 타고 가다가 쉬어간 곳이라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궁예가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이 너무 힘들어 이곳에다 똥을 쌌다고 하여 ‘말똥소’라 불리우기도 한다.

▲제3경 화적연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에 있는 화적연은 한탄강변에 13m정도 높이로 솟아있는 화강암 바위와 깊은 연못을 일컫는다. 우뚝 솟은 화강암 바위를 물줄기가 휘감아 돌면서 깊은 소를 만들었다. 화적연(禾積淵)은 볏가리소의 한자역으로, 바위가 마치 볏짚단을 쌓아올린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 그렇게 불린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은 금강산 초행길에 이곳에 들러 화적연을 화폭에 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72세에 다시 그린 ‘해악전신첩’ 속에 화적연 그림이 현재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그 그림을 보고 동행했던 겸재의 스승 삼연 김창흡과 겸재의 평생지기로 진경시의 대가인 사천 이병연이 제시를 붙였고 제시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제4경 멍우리 주상절리대

포천시 관인면 중리에 위치한 멍우리 지역은 한탄강변 절벽을 끼고 입구가 나 있어 예부터 “술 먹고 가지 말아라”할 정도로 험로다. 조심하지 않고 넘어지면 몸에 멍우리가 생긴다는 뜻에서 멍우리라는 지명이 붙었으며 한탄강변을 따라 주상절리가 잘 발달돼 있어 경관이 수려하다.

▲제5경 교동 가마소

관인면 중리에 위치한 교동 가마소는 한탄강의 지천인 건지천 하류 부근의 현무암 계곡으로 소의 모양이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마소 내에는 작은 폭포가 있는 폭포소, 용이 놀았던 소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용소, 궁예가 옥가마를 타고와서 목욕을 했다고 하는 옥가마소 등의 소들이 있으며 하천의 수량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제6경 비둘기낭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의 비둘기낭은 불무산에서 발원한 대회산천의 말단부에 현무암 두부침식으로 형성된 협곡으로 대회산리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이곳에서 폭포수를 이루며 지나가 한탄강과 합류한다. 언뜻 보기에는 평지 같으나 논 옆 숲으로 가까이 접어들면 40m 높이의 수직 낭떠러지가 있다. 이곳에는 예로부터 겨울이면 수백 마리의 산비둘기가 서식해 비둘기낭이라 부르게 됐다. 한탄강변에 있던 폭포가 수십만년 동안 두부 침식으로 인해 뒤로 물러나면서 깊은 계곡과 함께 아늑한 보금자리를 형성한 것이다. 이 폭포에서 쏟아져 내리는 장쾌한 물줄기와 그 아래 푸른 빛의 물이 주변의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절경을 보여준다.

▲제7경 구라이골

포천시 창수면 운산리의 구라이 지역은 바위굴이 있는 위쪽에 있다고 하여 굴과 바위가 합쳐져 굴아위라 하는데, 이의 변음으로 구라이가 됐다. 현무암 침식지역으로 40m 길이의 주상절리 협곡이 발달돼 있다.

▲제8경 아우라지 베개용암

포천시 창수면 신흥리의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위치한 곳은 영평천과 한탄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아우라지는 두 강물이 만나서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도 여러 지역에 아우라지라는 지명이 있다. 베개용암은 현무암이 물과 만나 급랭하는 곳에서 베개모양으로 둥글게 만들어진 것을 뜻한다. 베개용암은 흔히 볼 수 없는 구조인데, 이곳에서는 여러 개의 베개를 쌓아놓은 듯한 베개용암을 볼 수 있다.

베개용암은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옛 한탄강 유로를 따라 흐르다가 물이 고여있는 곳에서 물과 만나 급랭해 형성된 것으로 현무암질 용암은 온도가 1200도 가량 되는 높은 온도인데 물과 만나서 바로 굳어버렸다. 또 뒤에서 밀려오던 뜨거운 용암이 굳어버린 현무암의 틈으로 빠져나와서 또 굳어버리면서 베개용암이 만들어졌다.

포천=안재권기자 a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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