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근로자 철수 초강수… “이대로 죽으란 말이냐” 입주기업 불안 최고조

화물 실은 트럭 수십대

화물 실은 트럭 수십대 출경허가 안나 되돌아가 “정상화 도와달라” 호소

北 김양건 대남비서 “남조선 당국 태도에 달렸다”

“조업중단 업체가 속출하는 것을 넘어 개성공단 사업이 아예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습니다. 다 죽어가는 우리 기업을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개성공단 통행 중단 엿새째를 맞은 8일, 북한이 개성공업지구 내 북한 근로자를 전원 철수하고 공업지구사업을 잠정 중단키로 하면서 입주기업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더욱이 이미 상당수 업체가 조업을 중단하고 대다수 공장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북측이 근로자 철수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개성공단 파행이 전면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북한은 이날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의 담화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을 전부 철수하고 공업지구사업을 잠정 중단, 그 존폐를 검토할 것”이라며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져지게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업 중단 등에도 불구, 현지에서 가까스로 버텨온 업체들의 향방이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날 오전 7시께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 내부와 주차장은 취재진만 북적일 뿐 공단 근로자가 부쩍 줄어든 모습이었다.

출경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CIQ를 찾은 물류 차량이 통일대교 남단에서부터 우리 군에 차단됐기 때문이다.

이 탓에 통일대교 남단으로 트럭들이 수십미터 늘어선 채 대기해야 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개인 차량을 타고 CIQ를 찾은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로비에서 서성였다.

한주의 조업이 시작되는 이날조차 출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체 관계자들의 초조한 기색은 더욱 역력했다.

CIQ 2층 로비 의자에 앉았던 관계자 20여명은 첫 출경시간인 8시30분이 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자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유류 부족으로 북한 근로자 470여명의 통근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오전 6시부터 기다렸는데 출경은 커녕, 피난 차량 기다리듯 입경하는 동료만 기다리는 처지”라며 혀를 찼다.

오전 9시가 돼서야 물류 트럭의 CIQ 진입이 허락되면서 주차장엔 트럭 수십 대가 순식간에 들어찼지만, 역시 이날도 북측의 출경허가가 없어 모두 꼬리를 물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프린터 토너업체 P사 관계자 A씨(60)는 “부자재를 싣고 통일대교에서 2시간을 기다린 끝에 이제야 들어왔지만 8시30분인 출경시간이 지나버린데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돌아간다”며 “지난주 남측 직원 7명이 입경하고 개성에는 1명만 남아 공장을 관리하면서 더는 완제품을 싣고 되돌아올 직원마저 없는 상황으로 막막할 따름”이라고 한숨 쉬었다.

같은 시간 CIQ 1층 입경대에서는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옥 부회장은 “현재 음식재료가 거의 바닥나고 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모든 공장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물론 개성공단 내 근로자들이 식사를 제시간에 못하고 난방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며 “더 피해가 커지기 전에 개성공단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2시, 승용차 트렁크 위까지 물품을 싣고 입경한 한 전자업체 직원은 “유류부족으로 통근버스가 모두 다니지 못해 일부 북측 근로자가 출근하지 못했고 몇몇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북측 입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이 마련된 뒤 협회 차원의 대안을 모색하도록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38명이 차량 20대에 나눠타고 입경한 가운데 현재 남측근로자 475명이 개성공단에 체류 중이며 9일에는 77명이 남측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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